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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시승기] 현대차 구입하니 졸지에 ‘이상한 놈’ 취급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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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 전기차를 한 대 샀다. 롱텀 소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롱텀시승기가 아반떼였으니 이런 현대차 애호가가 없다. 다만 지난번은 내 의지와는 달리 카셰어링 업체가 미리 고른 차였지만 이번에는 오직 내 뜻에 따른 선택이다. 그런데 차를 주문하자 주변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니, 그런 차를 대체 왜 사요?"
"자동차 전문기자가 ‘차알못’도 아니고 현대차를 샀어요?"
"사고 나면 죽을 텐데 좀 더 안전한 차를 사야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최근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나 크게 폄하되어버린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현대차 연구소에 근무하는 대학 선후배도 많고, 클릭 디젤, 제네시스 쿠페, 맥스크루즈 등 가격 대비 가치가 뛰어난 특정 차종은 종종 구매하던 터라 내심 당황했다. 내친 김에 한국일보 자동차 기사 중 현대차와 관련된 댓글을 모두 찾아서 읽어봤다.
'프라이빗쇼룸이나 사진홍보나 이런것들보면 무슨 부가티시론급 슈퍼카 후속작 나오는마냥 겁나 질질끄는 느낌이드네' mood****
'돈을 얼마를 받길레 대체.. 이정도까지 쓸수있는걸까.' tepe****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건 기분탓?현대탓?!' lks_****
맞춤법과 오타를 지적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너무나 부정적인 문장이 넘나들고 있었다. 마치 그게 ‘정글의 법칙’인양 살벌하게 말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인터넷 댓글부대를 운용했던 국가기관의 여론전을 보며 절망했는데, 자동차 분야에도 그런 조직이 있을 거라는 짐작마저 들었다. 특히 소유한 자동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마저 내보이는 병적인 집착도 여럿 눈에 들어왔다. 이쯤에서 현대에 보내는 편지 한 장으로 첫 롱텀 게시글을 마무리 짓겠다. 제목은 아래와 같다.
'한'이라는 글자를 살짝 흔들면 '혼'이 되는 것을...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세타2엔진 결함 등 3건을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내부제보된 차량결함 32건 가운데 15건의 처리방침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조사 결과 김 전 부장이 유출한 내부자료를 고의로 경쟁회사에 넘기려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이 제3자에게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해임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현대차 내부고발자에 얽힌 지난 기사의 일부분이다. 경영진이여, 일단 인정하자. 과거에 상처를 줬던 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위안 없이 반전은 없다. 그건 상식이자 진정한 '애국'의 길이다. 고장 없는 일제차 대신 국산차를 고집하는, 바다 건너 몇 안 되는 우직한 이들을 사로잡는 유일한 길이다. 국산차를 고집하는 이유를 ‘국뽕’이라 폄하하는 시대가 됐음을 인식하라.
본진의 애정 없는 브랜드가 먼 훗날에도 살아남을까? 미국 의회에서 수모를 당한 도요타 아키오를 떠올려보라. ‘다시 신뢰를 되찾자’는 정책으로 토요타는 북미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악재를 버텨냈다. 가격 대비 가치의 우월성을 믿고, 혹은 상대적 상품성에 기반한 자신감은 유력한 대체재가 나타날 경우 쉽사리 무너진다. 봇물 터지듯.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이미 목도하지 않았나? 아직 늦지 않았다.
떠넘기기, 하청업체 쥐어짜기, 내부거래로 자회사 밀어주기, 공식적인 리콜 대신 알고 찾아오는 고객만 응대하는 선택적 꼼수는 그만두자.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내수와 수출의 품질을 그리 달리하지 않는 것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안다. 그래도 과거에는 달랐음을, 한 때의 과오였음을 인정하는 건 중요하다. 휠 하우스가 완벽하게 썩어 너덜너덜한 채 거리를 굴러다니는 구형 쏘나타가 아직까지 여럿이다.
WRC 스테이지 우승의 주역은 분명 현대지만, 한 켠에서는 국내 아마추어 레이스 양대산맥이던 KSF의 축소 행보에 서운해한다. 설득에 따른 동의 없이는 적극적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마케팅에 쏟아 붓는 열정으로 진정한 소통에 나서보라. 그리고 자동차의 본질에 천착하라.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급감은 일련의 상황도 관련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제품력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마이웨이 행보는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고객들을 위로하면 다시 사랑 받는 기업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렇게만 한다면 보이지 않는 작두 위에서 서슬 퍼런 기세로 칼춤을 추던 이들도 비난을 멈추고 숨을 잠시 고를 것이다. 아니 응원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 말을 고까운 간섭으로 듣지 말고 현대차를 구매한 오너의 입장에서 전하는 애정 어린 충고로 받아들이시라!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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