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단풍길 걷고 온천에 뱃놀이…3박자 힐링여행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 안녕하세요. 박사학위를 따느라 머리가 너무 아픈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머리도 식힐 겸 힐링도 할 겸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테마가 숲이네요. 청정 지역에 공기 좋고 단풍까지 즐길 수 있다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적당한 곳이 있을까요? 참고로 출발은 서울 마포에서 자가용으로 할 예정입니다. 인적이 드문 오지는 무서울 거 같고 어느 정도 사람이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답변 : 그 어렵다는 박사학위를 따셨군요.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드셨을 테니 힐링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려야겠네요. 질문을 듣고 문경새재 옛길과 월악산 만수골 생태탐방로, 딱 두 곳이 떠오르네요.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우선 문경새재 옛길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새재는 새도 한번에 넘지 못할 정도로 험한 길이라고 하여 생긴 이름입니다. 지금은 터널로 금방 통과하지만, 과거에는 정오가 지나면 혼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무리를 이뤄서 넘어야 할 정도로 짐승과 산적이 많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걷는 방법은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출발해 제1관문부터 오르거나, 조령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제3관문 쪽에서 내려오는 두 가지입니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약간의 오르막길입니다. 반대는 당연히 내리막길이겠지요. 자가용을 이용하신다면 제1관문 쪽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이쪽이 주차장도 넓고 음식점도 많습니다.
문경새재를 소개하면서 임진왜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신립 장군은 왜군이 험한 조령을 넘지 않을 것이라 섣불리 판단해 이곳을 막지 않고 허수아비만 세워두었답니다. 이 때문에 왜군은 쉽게 충주까지 밀고 올라오게 되고, 신립 장군은 탄금대에서 패하고 말았답니다. 그 후 문경새재의 제2관문인 조곡관을 만들었고, 제1관문인 주흘관, 제3관문인 조령관을 차례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문경새재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옛길박물관이 있는 방향으로 걸으시면 제1관문인 주흘관이 나옵니다.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의 전투장면에 등장했던 곳이라 낯설지 않을 겁니다. 1관문을 지나면 드라마 세트장이 나옵니다. 처음에 ‘태조 왕건’ 촬영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왕건 세트장’이라고 했지만, 이후 수많은 사극을 찍어 정식 명칭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새재길 일부 구간을 ‘과거급제길’이라는 이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남의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갈 때 이 길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영남에서 한양을 가는 길은 소백산 자락의 죽령, 충북 영동의 추풍령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생들이 험하고 먼 새재를 선택한 이유가 죽령은 대나무처럼 죽죽 미끄러져 낙방한다,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뚝뚝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의 문경새재길은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큰길이 되었습니다. 소나무가 울창해 절로 좋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산불됴심’이라는 예전 비석도 볼 수 있고, ‘V자’ 형태의 흉터가 남은 소나무도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송유를 얻기 위해 껍질을 벗긴 상처랍니다. 암산인 조령산 협곡을 걷는 이 길은 제2관문~제3관문 구간에 이르면 더 깊어집니다. 옛 주막 터에 실제 주막을 만들어놓아 목을 축일 수도 있답니다. 제3관문인 조령관 앞은 넓은 공터를 조성했습니다. 그곳에서 주변 산세와 맑은 공기를 마시신 후 잠시 눈을 붙여도 좋습니다.
문경새재 주차장 부근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있는데 집집마다 흰 연기가 뿌옇게 피어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지역이 ‘약돌석쇠돼지구이’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약돌을 갈아 돼지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가 ‘약돌돼지’입니다. 식당에서는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들이 구워줍니다. 빨갛게 양념이 된 고기를 석쇠에 굽습니다. 10월이면 이곳에서 문경사과축제(14~29일)도 열립니다. 곳곳에서 시식을 할 수 있어 더 신이 난답니다.
다음으로 추천해드린 곳은 월악산 만수골 생태탐방로입니다. 충주와 제천의 경계인 월악산 만수봉 자락의 깊은 골짜기인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곳에 생태탐방로를 만들었습니다. 길이는 2km 정도인데 계곡 사이사이를 데크길로 연결해 놓아 최고의 힐링 코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생화가 피어나는 봄, 물소리 청량한 여름 못지않게 가을 단풍도 정말 아름다운 계곡길입니다.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아놓아 보기 쉽게 해놓았고, 국립공원에서 친절하게 생태탐방 해설도 해주는 곳입니다.
문경새재와 만수골을 모두 걷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일정을 잡으시면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첫날은 문경새재 옛길을 걷고, 약돌석쇠구이로 식사를 합니다. 수안보온천지구에 숙소를 잡고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 온천수로 피로를 푸신 다음, 만수골 계곡을 산책합니다. 시간이 남는다면 제천 청풍나루로 가셔서 배를 탄다면 최고의 1박2일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양팔경 뱃길여행은 청풍문화재단지의 청풍나루에서 단양 장회나루까지의 구간을 추천해드립니다. 청풍호의 절경인 구담봉과 옥순봉을 전부 볼 수 있습니다. 옛길에서 마음 풀고, 온천에서 몸 녹이고, 뱃놀이로 눈 호강까지 멋진 힐링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