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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사장, 국정원 직원 만난 것 기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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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국정원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로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원 직원) 만난 것 기억을 못한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으로 의혹을 부인했다.
고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국정원으로부터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국정원 KBS 담당 I/O(정보관)가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당시 KBS 보도국장(현 고대영 사장)을 만나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당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및 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장주영 KBS 이사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예산신청서 등 문서로 남아있기 때문에 제 법률적 상식으로는 200만원을 받았을 것이라 추정된다"며 고 사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고 사장은 "이미(전날 사측을 통해) 입장 발표했다. (현금 200만원을)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장 이사가 "(국정원 담당자를) 만난 적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것도 제가 기억을 못한다"고 답변했다.
장 이사는 "그게 정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국정원 담당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하시면 외부에서 만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재차 고 사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고 사장은 "그런 I/O(국정원 담당자)를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다시 "제 기억으로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애써 부인했다.
장 이사의 질문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그는 "국정원 담당자가 사장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진술을 하겠나"며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장은 책임질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고 사장은 "내가 만난 기억이 없다는 데 왜 가정으로 물어보느냐"며 "이사회가 법정입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서중 KBS 이사도 국정원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김 이사는 "만약 KBS 사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돈을 받았다면 징계감 아닌가"라고 물었고, 고 사장은 "징계감이겠죠"라면서도 "그러나 내가 명색이 KBS 사장이다. 유도 질문하지 말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도 "그게 다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죠"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이날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뢰후부정처사, 국정원법 위반, 방송법 위반 혐의로 2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 사장을 고소할 예정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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