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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경쟁력 보이려면? 해답은 콜롬비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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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필승 의지 불태우며
콜롬비아보다 5㎞ 더 뛰어
두 골 손흥민 11.3㎞로 팀내 3위
득점뿐 아니라 수비도 적극 가담
내일 울산서 세르비아와 평가전
“우리가 알던 그 대표팀 맞아?”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180도 달라진 국가대표팀 경기력을 놓고 축구 관계자, 팬들이 기분 좋게 한 마디씩 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들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0일 수원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13위의 강호 콜롬비아(한국은 62위)를 2-1로 눌렀다. 시차, 기후 적응 등에서 한국이 유리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경기 내용, 결과였다. 한국은 콜롬비아에 점유율은 36대64로 뒤졌지만 슈팅은 14개(유효슈팅 6개)로 상대(슈팅 7개, 유효슈팅 2개)보다 2~3배 많았다. 최근 두 달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진 비난과 논란의 수렁에서 벗어난 한국은 14일 울산에서 세르비아(38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콜롬비아전 완승의 요인으로 왼쪽 측면에서 뛰던 손흥민(25ㆍ토트넘)의 중앙 이동, 손흥민과 투 톱으로 나선 이근호가 넓은 활동 반경으로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준 점, 측면 수비수인 고요한(29ㆍ서울)을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기용해 상대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26ㆍ바이에른 뮌헨)를 꽁꽁 묶은 전술 등이 꼽힌다. 물론 이런 변화도 주효했지만 대표팀이 달라진 비결의 우선순위를 굳이 매기자면 전략적인 측면은 오히려 후순위다. 근본적인 변화는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정신력은 단순히 ‘피 터지게’ 뛰는 플레이를 뜻하는 게 아니다. 태극전사들은 어느 때보다 경기를 위한 준비가 잘 돼 있었다. 자신감이 가득했고 상대를 잡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신 감독은 경기 전날인 9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 눈빛이 살아 있다”고 했는데 이 말 그대로였다.
이번 평가전 명단 발탁에 앞서 신 감독은 “배에 기름 낀 선수는 뽑지 않겠다”고 기준을 정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선수, 결정적인 순간 몸 사리는 선수는 월드컵 로드맵에서 과감히 배제하겠다는 감독 의중이 선수단 전체에 충실히 반영됐다.
축구 분석 전문 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의 콜롬비아전 이동거리는 120.77km로 상대(115.94km)보다 5km 가까이 많았다. 선수 개인으로는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이 12.1km로 가장 많이 뛰었고 2위는 최철순(31ㆍ전북ㆍ11.4km)이었다. 이날 두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끈 손흥민(11.3km)이 팀 내 3위라는 점이 놀랍다. 손흥민이 득점뿐 아니라 90분 내내 상대 진영에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는 의미다. 반면 하메스의 이동거리는 10.6km에 불과했다. 경기 후 기성용은 “우리는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었다”고 자평했다. 손흥민도 “우리는 기술, 피지컬이 축구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더 많이 뛰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두려워하지 말고 볼을 뺏기면 오늘처럼 다시 뺏으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유럽축구선수권과 월드컵을 동시에 석권한 스페인 대표팀 코칭스태프 출신으로 얼마 전 합류한 토니 그란데(70ㆍ스페인) 수석코치는 신 감독이 한국 팀의 첫 인상을 말해달라고 하자 “순한 양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선수들의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고 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전 감독의 진단과 일맥상통한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다. 하지만 상대보다 한 발 더 뛸 수 있는 체력 향상, 경기 당일 120%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섬세한 컨디셔닝 관리는 실현 가능한 영역이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방법. 콜롬비아전은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 해답을 다시 증명시켜 준 경기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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