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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양세종 "괴물 신인이라고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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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연애 진중한 로맨스 선보여
여심 사로잡고 ‘멜로 장인’ 별명
#온전한 감정선 얻기 위해 안간힘
방얻어 혼자 지내며 요리도 배워
#“대입 연기학원서 좋은 스승 만나
뭘 하든 성실한 배우 되고싶어”
양세종은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눈길을 받는 남자 배우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런 배우가 있었나’ 또는 ‘눈여겨볼 만하다’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제는 얼굴을 보면 여성들이 환호할, 빛나는 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데뷔작인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고뇌에 싸인 젊은 의사 역을 매끈하게 소화하더니, 데뷔 1년 만에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로 뭇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그는 ‘사랑의 온도’에서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온정선을 연기했다. 6년간 한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절절한 사랑을 나누다가 결혼하는 순정남이었다. 진폭 큰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며 ‘연기천재’ ‘괴물신인’ ‘국민 연하남’ 등 상찬 어린 수식들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배우 양세종(25)은 세간의 호평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촬영장에서 종종 매니저가 칭찬 일색인 댓글을 보여 줘도 마음이 들뜨지 않도록 “대본에 더 집중했다”고 한다. 팬들이 붙인 별명 ‘멜로 장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슬쩍 물으니 손사래를 쳤다. “제가 뭐라고 그런 별명이 붙나요. 과분한 칭찬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외부 요소들에 좌우되지 않고 제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중학생 때부터 ‘내게 주어진 일은 노력해서 잘하자’는 신조를 지켜 가고 있거든요.”
‘사랑의 온도’만큼 뜨거웠던 연기 열정
‘사랑의 온도’는 요즘 유행에서 비껴 선 드라마다. 권력의 비리를 까발리며 쾌감을 선사하는 사회파 드라마나 말랑말랑하고 웃음기 깃든 사랑에 집중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정통 멜로를 지향했다. 양세종은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대본이 워낙 현실감 있고 섬세해”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었어?” “난 고기 먹었어”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난데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평범한 연인 사이에 일어날 만한 자연스러운 순간들에 공감했다고 한다.
“연인들이 사랑을 하는 과정 중에 엇박자가 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설정과 작은 감정들까지 세밀하게 살아 있어서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의 온도’에 출연하면서 표현과 소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돌아보게 됐고요.”
양세종은 촬영하는 3개월 내내 “연기에만 집중”했다. 주변 사람들의 연락도 철저히 차단한 채 온전히 캐릭터에만 젖어 가족, 친구들과 소원해질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 양세종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지닌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온정선이 돼 보기로 했다. 작은 골방을 구해 온정선의 성향에 맞게 침대, TV, 전신거울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했다. 그에게 어울릴 만한 향수를 찾아 구입해 써보기도 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빚었다. “오늘부터 나는 온정선이다”라고 몇 번을 되뇌며 연기 연습에 매진했다.
셰프 역할인 만큼 요리도 직접 배웠다. 장진모 셰프에게 칼질하는 기본적인 기술부터 머랭 치는 법(계란 등을 거품이 일 정도로 휘젓는 것), 해물 볶는 법, 플레이팅까지 꼼꼼하게 익혔다. 촬영 막바지가 되자, 스테이크와 떡볶이만큼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뜨거움을 참아 가며 손으로 고기를 눌러보고 적절한 순간에 뒤집어 완벽한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를 구워 내는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익히지 못한 게 있다고 말할 때는 겸연쩍어 하면서도 순정한 웃음을 터트렸다. “칼질하는 속도는 단기간에 붙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은 대역을 썼어요. 진짜 솔직하게 털어놓는 거예요. 하하.”
“스승님이 말한 성공의 조건, 늘 가슴에 품어”
양세종은 2013년 단편영화 ‘우리가 모르는 사실들’, ‘마음의 소리’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로 본격적인 연기 실전에 나섰다. 올해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이겸(송승헌)의 아역을 맡아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연기를 펼쳤고,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듀얼’에서 선과 악이 분리된 복제인간 이성준으로 출연했다.
양세종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우연히 연극을 본 뒤 삶이 바뀌었다. 배우를 꿈꾸게 됐고, 연기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웠다. 대학교 연기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할 때 그를 조건 없이 도와준 연기선생님이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막노동까지 하며 학원비를 벌던 양세종이 6개월 치 수강료를 내지 못했을 때 “난 네가 대학만 가면 돼”라고 조용히 그를 다독이던 선생님이다. 양세종은 연기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부에 더 매진했다”고 한다. 양세종은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양세종은 연기선생님이 마지막 만남에서 들려 준 ‘성공의 세 가지 조건’을 늘 가슴에 품는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만 부합하면 성공한다고 했어요. 첫째는 좋은 스승, 둘째는 연습할 환경, 셋째는 본인의 열정이라고요. 전 좋은 스승도 환경도 얻었으니 마음 다잡고 더 열심히 해야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밤 10시에도 클래식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했는데, 저도 같이 하겠다고 나서서 함께 하곤 했어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의지했거든요. 그 분이 없었다면 배우 양세종도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는 “노력과 집중”을 강조하면서도 거창한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다. 이제 시작인 만큼 해 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많기만 하다. 그는 연기가 아직 미숙하다고 자평하고 있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연기의 뼈대가 탄탄하면 예전 캐릭터를 확장해 좀 더 입체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양세종은 “주어진 캐릭터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입혀서 표현하는데, 가끔 상상력의 한계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며 “더 열린 사고를 가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 온도’ 이후 얻은 휴식기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홍콩, 일본 중 한 곳을 골라 다녀올 생각이다. 지금은 출연 섭외가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을 읽으며 다음 작품을 고르고 있다. “양세종이라는 배우를 좋게 봐 주시고 출연 연락을 주시니 참 감사해요. 영화로 돌아올지 드라마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늘 성실한 배우로 남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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