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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활시설 다르크 “운영진은 약물중독 경험자로만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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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곤도 쓰네오씨 자신이
약물남용 집행유예 받고 재활 경험
“재활 어려운 원인은 사회적 고립
환자 입장서 함께하는 것이 중요”
“저는 마약을 못 끊겠습니다.”
1980년 11월 16일 일본의 한 법정에서 각성제 남용으로 재판을 받던 곤도 쓰네오(77ㆍ近藤恒夫)씨는 이같이 말했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여동생이 결혼하는 날에도 투약할 정도로 각성제에 빠져 스스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 교도소에 들어가야 약을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당시 곤도씨 재판을 맡았던 판사는 “선처하면 약을 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못 끊겠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10여년 투약 중 처음 적발된 그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곤도씨는 “교도소에 갔으면 이후로도 투약과 투옥을 반복하다 결국 약 때문에 죽었을 것”이라며 “그날 이후 약물 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85년 도쿄(東京) 아라카와구(荒川區)에서 낡은 건물을 빌려 ‘다르크’(DARCㆍ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로 이름 붙이고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를 개설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당시 자리를 잡아 가던 알코올 중독자 관리방법을 따라 엄격한 규칙을 세워 적용하거나, 시설 입소자를 가르쳐 단약을 유도도 해봤지만 재발을 막기 어려웠다. 실패였다. 곤도씨는 “수년간 운영해보니 재활이 어려운 이유가 약물 때문이라기보다는 약물 중독자의 사회적 ‘고립’이 더 근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약물 중독자 본인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함께’ 곁에 있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다르크의 기본적인 운영 개념이 이때 확립됐다. 약물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약물 중독자들을 돕고, 도움을 받은 이들이 이어서 다른 중독자들을 돕는 ‘상부상조’가 핵심이다. 약물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약물 사용이 잘못됐다고 가르치며 고치려 하고, 다시 약물에 손댄 자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르크 운영진은 약물 중독 경험자로만 뽑았다. 입소자들은 은연 중에 “운영자도 끊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곤도씨는 “다르크는 약을 그만둔, 약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동지’들이 있어 다시 투약 하더라도 언제든 찾아 기댈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 유경험자가 아니면) 도쿄대를 나와도 다르크에 들어올 수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곁들였다.
곤도씨는 “약물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반인 시선이 아닌, 약물 폐해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함께하는 것”이라며 “약물 중독자를 범죄자가 아닌 환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글ㆍ사진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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