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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만 초래한 ‘판사 뒷조사’ 결과… 대법원장의 묘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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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판사 “강제수사 필요”
대법관들 “청와대 영향 안 받아”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의혹이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 발표 뒤에도 여진이 거세다. 풀리지 못한 대목을 두고 대법원이 묘수를 내놓고 내홍을 수습할지, 검찰 강제수사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추가조사위는 22일 법원행정처가 수뇌부의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 등의 동향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한 문건을 여럿 공개했지만, 더 무게감 있을 것으로 보이는 비밀 문건들을 열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 조사위는 판사 뒷조사 의혹의 정점에 있었던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쓰던 컴퓨터 저장장치를 열지 못했다. 비밀번호가 설정된 파일 760개(원본 460개, 삭제됐다 복구된 파일 300개)도 손대지 못했다. 암호가 걸린 문건들은 조사위가 공개한 일반 문건들보다 보다 심각한 내용이 담겼을 개연성이 크지만 행정처의 협조 거부 등으로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에 이은 두 번째 조사였어도 ‘반쪽짜리’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검토(인사)’나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임종헌 수정]’ 등 조사 필요성이 커 보이는 파일도 여럿 있었다고 추가조사위는 밝혔다.
이에 법원 내에선 확인되지 않은 비밀 문건의 성격도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암호 없는 문건으로도 행정처가 판사 성향에 따라 편을 가르고 동향을 파악한 심각한 내용이 나왔다”며 “사법부 쇄신을 위한다면 더 문제될 문건도 다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대체로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상황 전개보단 문건 추가 공개 등 대법원 차원의 후속조치가 나오길 바라는 눈치다. 경우에 따라 검찰 강제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일선 판사도 있다. 영장전담판사 출신 한 부장판사는 “조사 필요성이 높은 문건에 대해 내부에서 암호를 안 풀어주면 임의로 안 된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이어서 압수수색 영장발부 조건은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조사위의 발표내용과 문건을 검토하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난해 5월 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고영한 전 행정처장과 임 전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아직 본격 조사진행은 안 된 상태다. 다만, 검찰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 선고 전후 행정처와 청와대간 교감 정황이 담긴 문건 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공개된 원 전 원장 관련 문건을 보면, 구속영장 관련 비공개 문건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철저히 규명돼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관들은 원 전 원장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게 청와대 요구대로 된 게 아니냐는 일부 의혹 제기에 대해 “대법관들은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일으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 주중 추가조사위 발표 관련 입장과 후속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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