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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통일 이후 가장 짜릿… 베트남 국가주석 “박항서 감독ㆍ선수단에 훈장 수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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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축구팀, 카타르 꺾고
AFC 챔피언십 결승 진출
“거리 응원 풍경, 통일 때 같다”
젊은이들은 “23일 국경일 지정”
박 감독에 현금ㆍ차량 지급 등
각 省ㆍ기업들도 포상 행렬 합류
박항서 감독 이름 같은 손님엔
‘100% 할인’ 내건 의류 판매점도
최대 명절 설, 축구 열기에 밀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이튿날인 24일 호찌민 시내에서는 활력이 넘쳐났다. 새벽까지 거리를 활보하며 “벳남 꼬올렌!”(힘내라 베트남)를 연호하던 이들이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이공무역센터에서 만난 축구팬 딘 비엣 지웅(34)씨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우리가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지난 14일 호주를 꺾은 뒤 17일(8강전) 시리아, 20일(4강전) 이라크를 차례로 넘고, 23일 카타르까지 이기며 결승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베트남 축구 역사에는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성적들이다.
박항서 감독 통역을 맡고 있는 레 휘 콰 가나다어학당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베트남 사람들의 거리 응원 풍경은 45년 전 베트남 통일 때와 똑같다”며 “베트남 사람들이 단결하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다 됐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 각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일간 뚜이쩨에 따르면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실은 결승행이 확정되자 문화체육관광부에 ‘박 감독과 선수들에게 최종 성적과 무관하게 훈장을 수여하라’고 주문했다. 또 8강, 4강행 확정 때 축전을 보냈던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이날은 아예 베트남축구협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박 감독과 선수들을 치하했다. 젊은이들 사이서는 결승전(27일)에서 지더라도, 결승행 티켓을 따낸 1월23일을 국경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신세계를 맛본 베트남은 박 감독과 선수들에게 연일 ‘사례의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4강 확정 당시 축구협회와 정부가 두둑한 보너스를 약속한 데 이어 지방성, 민간 기업들도 포상 행렬에 합류했다.
기아차와 협력하고 있는 짠 반 여엉 타코그룹 회장은 5억동(약 2,500만원)과 함께 박 감독에게는 사비로 7억9,000만동 상당의 차량을 주기로 했다. 통신사 비엣텔(10억동), 건설사 호아빈 그룹(5억동) 등도 가세했으며 수도 하노이시(10억동), 경제수도 호찌민시(20억동), 관광도시인 중부 다낭시(10억동)도 선수단에 지원금을 약속했다. 아시아상업은행 관계자는 “말로 이루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여유가 있는 기업이나 단체의 이런 사례는 대단히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재빠르게 대표팀 선전을 각종 판촉행사로 연결하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결승전 당일 중국 현지 응원을 위해 전세기 2대를 추가로 띄우기로 했다. 또 축구 선수 1명당 가족과 친ㆍ인척 2명씩을 무료로 태워 2박3일간의 숙식비 등 일체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팀 축구팀이 우승하면 항공기 기체를 박 감독과 선수들 사진으로 아예 씌울 계획이다. 의류 판매점들은 골을 넣은 선수들의 이름과 같은 이름의 손님들에게는 옷값을 5~15% 깎아주고 있다. 하노이에 까오자이(Cau Giay)거리에 있는 한 옷 가게는 ‘박항서’와 이름 같은 손님에게는 ‘100% 할인’을 내걸었다.
축구에 빠진 나머지 베트남 사람들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최대 명절 뗏(설)도 잊고 있다. 주부 팜씨는 “뗏을 맞아 토요일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는데, 인부들이 축구를 봐야 한다며 공사를 미뤘다”며 “모두 코앞으로 다가온 뗏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대청소는 물론 페인트칠 같은 집수리, 선물 준비가 주로 이뤄지지만 여느 때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한 교수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감독을 만났다. 완벽히 한 가족이 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이번 승리 전과 후의 베트남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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