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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사조직 전문화하고, 법원은 치료에 중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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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DEA처럼 특화 수사기관 필요
처벌 위주 재판 땐 재범 위험 높여
“치료ㆍ재활 통합 전문기구 둬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마약범죄 수사, 투약자 사법처리, 재활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나요?”
한국일보의 ‘마약리포트, 한국이 위험하다’ 시리즈 기사를 읽고 독자들이 물어온 핵심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건 쉽지 않다. 국내 법 체계, 마약에 대한 여론, 전문인력, 예산 등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다, 해외 사례를 무작정 따라 하자는 주장은 탁상공론에 그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영역의 전문가들은 ‘전문성’과 ‘컨트롤 타워’, ‘사회복귀가 가능한 재활시스템’ 세 가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선 수사체계를 일원화ㆍ전문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제처장을 역임한 정선태 변호사는 “미국의 마약수사국(DEA)을 모델로 한 법무부 산하의 별도 특별수사 조직을 만들어 운영을 하는 게 진화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은 연방 행정기관 산하에 마약범죄에 특화된 수사기관인 DEA뿐 아니라, 식품ㆍ환경ㆍ세금ㆍ국토안보 등 각 분야에 전문수사기관을 두며 해당 범죄에 대한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그는 대검 마약과장ㆍ서울지검 마약수사부장 등 검찰에서 20여년 간 마약수사를 담당하며 전문수사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와 달리 무인택배나 인터넷을 이용한 기법이 많고, 마약자금 세탁 방법도 워낙 정교해져 이젠 대응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단순 투약자를 검거해 실적을 올리려는 일선 수사기관의 행태에서 벗어나 상선ㆍ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 내에서도 법원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처럼 처벌위주 재판이 아닌 치료와 회복에 중점을 두는 ‘해결자’ 역할을 법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영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지금처럼 법원이 엄벌주의 기조로 죄에 대해 판단하는 역할만 한다면 중독을 치료하기는커녕 재범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며 “법원이 ‘치료 사법’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식 마약법원(Drug Court)처럼 통상적인 형사재판이 아니라 판사 감시 하에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그 대안이다. 법원이 형벌 선고 전, 중독자에게 치료를 명령하고 이를 제대로 이수하고 단약에 성공한다면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식이다. 실제 미국은 단순 투약자 재범률을 낮추고 형사소송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도 “치료ㆍ재활과 관련한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이런 식의 사법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원래 목적인 ‘치료’는 요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든 민간이든 마약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식ㆍ병원ㆍ프로그램ㆍ전문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현준 전 한국마약퇴치본부 재활센터실장은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운영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에선 부처별로 각각의 단속강화ㆍ홍보ㆍ예방 등 계획을 세울 뿐 치료ㆍ재활을 위한 내실은 없다”며 “가령 민간 치료ㆍ재활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두는 정부기구를 만들어 법률상담, 치료, 재활, 취업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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