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마트 알바ㆍ검정고시 준비 “단약모임 참여… 의지 다져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김부원씨, 마약 극복기
주변지인ㆍ구청 등 선뜻 도움
“딸 앞에 당당히 나서고 싶어”
50대 아버지가 하나뿐인 친딸을 8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좁은 원룸에 혼자 사는 김부원(52)씨 속사정이다. 그가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달게 된 전과는 모두 10개. 약물은 그를 30여년간 따라다녔다.
친정 같은 교도소에서 1년 6개월 살다가 지난해 1월 출소한 김씨는 이번에는 필히 단약(약을 끊음)하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딸아이(22) 앞에 부끄럽지 않게 나서 밥 한술 같이 뜰 날을 바라며 적극적인 치료ㆍ재활을 받고 있다.
그는 매주 화요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을지병원에 들러 규칙적인 약물치료와 뇌파치료 등을 받고 있다. 2016년 8월 공주교도소에서 화상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 받고서 약물 후유증이 누그러지는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그는 독거방을 고수해 한때 교정당국의 ‘말썽 수감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인해 여러 재소자와 어울려야 하는 혼거방에서 지내는 데 상당한 괴로움을 호소했었다. 그는 현재 불안과 우울 등 후유증이 한층 나아진 상태다. 약물 중독자들이 익명으로 각자 경험을 얘기하며 단약의 결의를 다지는 자조 모임(NAㆍNarcotics Anonymous)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잡념을 떨치려 동네 마트 아르바이트도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하루 4~5시간씩 한 주에 사나흘씩 일하며 물품 검수, 재고정리, 배달, 카운터 계산 등을 하고 있다. 가게 주인은 김씨와 친한 동생으로, 이번에 그에게 다시 마음을 열었다. 김씨가 출소 뒤 서너달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본 결과, 약과 이별할 의지가 확고해 보여 마트 일자리를 맡겼다. 과거 수감 중인 김씨에게 영치금 30만원씩 보내주는 등으로 호의를 베풀었지만, 재범이 이어지자 실망했던 때가 있었다. 김씨는 “그간 동생에게 영치금 등 많은 신세를 져서 일을 거들면서 갚는 면도 있다”고 했다. 김씨의 달라진 면모를 수시로 보는 마트 주인은 다리가 다소 불편한 김씨에게 500만원짜리 중고차도 한 대 제공했다.
한동안 마약세계에서 꽤나 유명했던 김씨가 스스로 주변의 마약 인맥을 끊어내는 노력 등이 동네에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도 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도봉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팀 조윤숙씨가 앞장섰다고 한다. 도봉구는 김씨에게 반찬과 도톰한 이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임플란트 50% 지원도 약속했다. 올해 김씨의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학원도 연결해줬다. 게다가 구청 직원들은 매달 5만원씩 자비 후원금을 전하며 격려하고 있다. 김씨는 “제가 지금껏 마약세계에만 있어서 인복이 없었던 것 같다”며 “여생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로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우리 같이 50대나 되어서야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고 했다.
출소한 뒤 딸에게 연락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김씨는 “아버지랍시고 갑자기 나타나면 저의 죄책감이 더 클 것 같다”며 “제 의지를 더 엄격히 다지면서 검정고시도 합격하면 용기를 내보겠다”고 말했다. 10년 단약도 한 순간 무너지는 게 마약세계의 무서운 속성이지만 김씨는 한국일보 취재에 실명과 얼굴사진 사용에 동의할 정도로 강한 단약 결의를 보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