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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참사] “엄마만 놔두고 어델 가노…” 간호사2인 비롯 희생자 발인 이어진 30일

입력
2018.01.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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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화재 당시 환자들을 돌봤던 간호조무사 김모씨의 발인에서 한 유족이 영정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화재 당시 환자들을 돌봤던 간호조무사 김모씨의 발인에서 한 유족이 영정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들에겐 믿음직스러웠고, 어머니에겐 더할 나위 없이 살가운 딸이었다. “석류와 요구르트 갈아놓았으니 드시라” 하고 출근한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30일 오전 8시 40분 밀양 세종병원 책임간호사로 근무했던 고(故) 김점자(49)씨 발인이 엄수됐다. 김씨는 화재 당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피시키다가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2남 3녀의 장녀로 가족들을 돌봤던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노모는 “엄마만 놔두고 어델 가노...엄마는 우야라꼬…”라며 연신 영정 속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김씨와 함께 세종병원에 근무했던 고 김라희(37)씨 발인 역시 이날 오전 진행됐다. 세종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경남 지역 대학 간호학과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김씨의 꿈은, 화마 앞에서 연기와 함께 흩어지고 말았다. 숨지기 직전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외쳤다는 아내의 마지막 순간이 아른거리는 듯, 남편 이모(37)씨는 손에 파묻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씨의 작은아버지는 “부부에게는 아기 계획도 있었는데 이렇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두 의료진을 비롯해 참사 희생자 중 13명의 발인이 이어졌다. 김라희씨와 같은 밀양농협 장례식장에선 고 손기선(86)씨와 고 심옥순(80)씨 발인도 치러졌다. 심씨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떠나 보내기가 힘겨운 듯 딸들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엄마…엄마’를 외치며 오열했다. 남편과 자녀를 먼저 병으로 떠나 보낸 손씨의 마지막은 동생과 조카들이 지켰다.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 장례절차는 당직의사 민모(59)씨를 비롯한 나머지 4명 발인이 예정된 31일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앞으로 151명의 부상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많기는 했지만 내일이면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남은 사람들의 빠른 쾌유와 안정적인 복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밀양=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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