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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화 시간 여전히 오리무중

입력
2018.01.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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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까지 7분 공백은

CCTV 설정시간 오류 가능성”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26일 오전 7시 25분. 밀양 세종병원 응급실 출입구 천장 쪽에서 희뿌연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곧 한 남성이 황급히 응급실 안쪽에서 내달려 나오고 뒤이어 간호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응급실 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살핀다. 급격히 퍼지는 연기에 놀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응급실 내부는 어느 새 한치 앞도 분간이 어려울 만큼 연기로 가득 찬다. 1분 17초 남짓 흐른 뒤 화면 왼쪽에서 불꽃이 튄다.

경찰이 공개한 응급실 내 폐쇄회로(CC)TV에 담긴 화재 발생 당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소방본부가 화재 신고를 접수한 시각은 오전 7시 32분, 소방대가 도착한 건 7시 35분이다. 영상에서 화재가 시작된 시각과 최초 신고 사이에 7분 간격이 생기면서 최초 발화시점에 의문이 일고 있다. 병원 직원들이 화재대응 매뉴얼과 달리 초기 진화에 집중하다 신고를 늦게 한 게 아니냐는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사정이지만 참사 발생 나흘째인 30일에도 최초 발화시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공백의 7분’은 CCTV 설정시간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 김한수 부본부장은 “최초 신고자인 간호조무사 최모(40)씨는 신고 직후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CCTV 영상에 최씨가 소화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는 것으로 볼 때, 영상 속 상황은 신고 이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상에 찍힌 모습이 신고 시각인 7시 32분 이후 상황이라면, CCTV가 실제 시간보다 최소 7분 정도 ‘일찍’ 설정돼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CCTV는 설치 시 사용자가 직접 시간을 설정하는 형태로 돼 있어 실제 시간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본부는 화재 당시 병원 직원 동선을 통해 CCTV 영상에 기록된 시간에서 5분 뒤(7시30분)를 발화 시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화재 신고와 소화기로 화재 진압에 나선 일의 선후를 신고자인 최씨가 착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 시 정전 피해를 막고자 설치한 비상발전기는 작동이 가능한 상태였으나 당직자가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화문 역시 화재에 취약한 재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확인에 나섰다. 밀양=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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