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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용기가 촉발한 ‘미투’...이재정 의원 “사실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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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고백을 계기로 페이스북에서 ‘미투(#Me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조직에서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용기 내 증언한 서 검사에게 보내는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다.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당했다’는 의미로 해시태그(#)에 ‘미투’를 붙여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서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10년 10월 서울 북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선후배 검사들이 동석했던 장례식장에서 장관을 수행하던 간부 검사에게 장시간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증언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안태근 전 검사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는 얘기에 용기를 얻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을 당한 건 아닌가’ 자책감에 굉장히 괴로웠다”며 “이 자리에 나와 범죄, 성폭력 피해자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걸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계,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미투운동’으로 서 검사의 용기에 화답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북에 “서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며 “페북창 열어 가득 (글씨를) 메우고도, 핸드폰 노트 페이지에 다시 옮겨다 놓고 아직도 망설인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 의원은 이어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고 쓴 뒤 “사실은 #MeToo”, “그러나 #MeToo”, “그리고 #WithYou”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페북에 “너무 참담해 눈물이 난다”며 “그 시절, 제가 했던 유사한 경험이 가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튀어 나와 참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린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용기 내 증언해 주신 생존자를 응원합니다”라고 적은 뒤 “#Metoo”, “#검찰내성폭력”을 달았다.
이 교수는 또 서 검사가 인터뷰에서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는 여검사에게 잘 나가는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자주 봤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기가 차고 화가 난다”고 검찰 조직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검찰이 이 정도니 성폭력 사건에 무슨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겠느냐”며 “우리 사회 어디까지 개혁해야 할지, 그 가장 끝자락에 성차별, 성폭력이 있는 건 아닌지, 아득하다”고 썼다.
정의당은 당직자와 당원들이 서 검사를 응원하고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어 ‘인증샷’을 올리는 릴레이 미투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의당은 페북 계정에서 “대검찰청은 더 이상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울러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용기 있는 한 개인의 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되기를 바라며 정의당은 옆에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다른 성폭력 사건도 SNS에 ‘소환’됐다.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을 고발한 책 ‘숨바꼭질’의 저자 지유석씨는 페이스북에 “서 검사의 인터뷰를 보고 전병욱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적었다. 전 목사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의 부인과 교단의 묵인으로 묻힐 뻔 했으나, 양심 있는 신도들의 끈질긴 추적과 고발로 사건 폭로 7년 만에 혐의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전 목사가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 동안 여성 신도들을 성추행 했다며, 전 목사가 시무했던 삼일교회에서 받은 1억 원의 전별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씨는 “(가해 검사가) 추행을 해도 (주위에서) 아무도 안 말렸듯 전병욱이 여성도를 추행할 때 주변에 부목사들이 있었어도 그냥 보고만 있었단다. 피해자의 직접 증언”이라며 “결국 검찰 조직이나 목사들이나 남성 중심적이라는 데서는 매한가지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인들도 서 검사에 용기를 얻어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한 여성은 자신의 페북에 중ㆍ고교와 대학 시절 당한 성폭력 사례들을 적은 뒤, 여전히 반성도 변화도 없는 사회를 비판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용자들이 “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적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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