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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작전 흘리는 미, 열병식 고집하는 북… 평화올림픽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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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항모ㆍ스텔스기 괌 배치 비난
리용호, 구테헤스 총장에 서한
“유엔, 美 위험한 놀음에 침묵 말아야”
美 “올림픽 전날에 열병식 없기를…”
北 평창 참가에도 싸늘한 반응
“한국에 美정책 따르라는 메시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미 간 신경전이 뜨겁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형국이다. 북한은 미국이 핵 추진 항공모함 등 온갖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해빙 무드를 망치고 있다고, 미국은 북한이 올림픽 개막 전날 핵 무력 과시용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위장 평화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서로 맹폭 중이다.
북한은 연일 미국의 군사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의적인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 도화선에 불을 달고 전면전쟁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흉악한 계책이 실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은 마땅히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서 정세를 긴장시키고 온 세계를 핵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놀음들을 벌여 놓는 데 대해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날도 최근 열린 제2차 한미 외교ㆍ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고위급 회의를 겨냥해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흐름에 배치되는 심상치 않은 대결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의에서 한미는 미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 지역 순환 배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최근 미국의 군사 압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날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미 핵 항모 칼빈슨이 미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최근 미국령 괌에 도착했다. 미국이 칼빈슨을 한반도 주변 수역으로 기동시킨 데 이어 다른 핵 항모인 스테니스도 출동시키려 하고 있다는 지난달 24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실장 주장대로다. 현재 괌엔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3대와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6대도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북한이 물러설 기세는 아니다. 한미의 자제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건군절(8일) 열병식을 착착 준비 중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전날 “남쪽 보수 언론과 정객들이 북남관계 개선을 저지하기 위해 북측 내부 경축 행사까지 시비한다”며 “열병식은 대규모 군사 도발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급기야 미국도 불쾌감을 공식 표명했다. 스티븐 골드스타인 미 국무부 공공외교ㆍ공공정책 담당 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과 관련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에 연기를 요구한 것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국무부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고 평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는 북미 대화 테이블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최근 제재 위반 논란으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미뤄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올림픽 종료 직후 재개한다는 게 미 합참 방침이고, 방북 전세기를 제재 예외로 허용해준 것도 정황상 마지못해서였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워싱턴 정가에선 소규모 외과수술적 타격을 가리키는 ‘블러디 노즈(bloody noseㆍ코피)’ 작전이 여차하면 실행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북한의 입장과 압박이 셀수록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돌연한 남북 화해 기류가 북미로부터 추가 메시지를 끌어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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