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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맞출 필요없다, 우리는 이미 한몸 같은 ‘명콤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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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설날에 영화 ‘조선명탐정’이 없으면 허전하다. 하다못해 TV 특집영화로라도 만나야 한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과 2편 ‘사라진 놉의 딸’(2015)이 설날 개봉해 각각 478만명과 387만명을 불러모으며 ‘연타석’ 흥행한 이후로 ‘설날=조선명탐정’이라는 공식이 생겨 버렸다. 역시 설날을 맞아 8일 개봉한 3편 ‘흡혈괴마의 비밀’은 장수 시리즈로 자리잡기 위한 ‘굳히기 한판’이다.
1편에서 조선 권력층의 공납 비리를 파헤치고, 2편에서 조선 경제를 뒤흔든 불량 은괴 유통 사건의 배후를 추적했던 조선명탐정 콤비는 3편에서 초자연적인 연쇄살인 사건에 맞닥뜨린다.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여인 월령(김지원)이 새로이 가세한다. 날카로운 풍자는 덜하지만, 한층 다채로운 이야기와 볼거리로 오락적 재미가 더해졌다.
허세 가득하나 귀신 같은 추리력을 지닌 탐정 김민(김명민)과 그에게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는 파트너 서필(오달수)이 손발을 맞춰온 세월이 어느새 8년이다. 김석윤 감독(JTBC 제작1국장)까지 이들 삼총사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조선명탐정이 아니다”라며 “영국에 셜록과 왓슨이 있다면 조선엔 김민과 서필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명민(46)과 오달수(50)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이번에도 설날 개봉이다.
김명민(김)=“당연하다. 대략 8월부터 10월까지 촬영하고, 후반작업을 거쳐서, 이듬해 설날 개봉하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오달수(오)=“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3편도 잘 나왔다. 무척 자랑스럽다.”
-2편 에필로그에 흡혈귀가 등장했는데 3편에 진짜로 흡혈귀가 나온다. ‘빅 픽처’였나.
오=“2편 때는 아무 의미 없이 집어넣은 설정이다. 3편 제작 계획이 잡힌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나도 3편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이번에도 4편을 암시하는 듯한 설정이 담겼는데, 그것도 후속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역시 별다른 의미는 없다. ‘조선명탐정’은 분석하면서 보는 영화가 아니다.”
-김민과 서필의 콤비플레이보다 여주인공 월령의 사연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오=“드라마에 힘이 실려서 영화가 더 살아난 것 같다. 영화 보면서 엄청 울었다. 내용을 아는데도 눈물이 난 건 배우의 힘 덕분이다. 김명민과 김지원의 연기가 탁월했다.”
김=“김민과 서필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이라 본다.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등 어떤 장르를 갖다 붙여도 이야기가 된다. 소재와 표현에 한계가 없다. ‘조선명탐정’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다니. 이렇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웃음).”
-도통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김민의 성장 배경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김=“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개인사를 알리지 않는 게 낫다. 캐릭터를 가두는 장치들은 제거하려 한다. 그래야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시대 배경도 모호하다. 정조는 1편부터 계속 나오는데, 불사신이냐고 따지면 안 된다. 같은 의미에서 김민의 나이도 묻지 말아달라.”
-서필의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 패러디가 압권이다.
오=“내가 출연했던 영화인데 내가 패러디하다니. 내 연기를 보면서 나도 웃었다. 최민식 선배는 그 장면을 17시간 촬영하고 쓰러졌다.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렇게 고생해서 완성한 장면을 나는 거저먹었다. 대략 10분 만에 찍었으니까.”
-연기 호흡은 물어보나마나 아니겠나.
오=“이젠 감독의 웃음소리가 현장 녹음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NG도 안 난다. 리허설로 찍은 장면에서 ‘오케이’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촬영 속도가 빨랐다. 표준계약서가 무의미한 현장이었다. 아침 8시에 촬영 시작하면 그날 촬영 분량을 다 찍고서 점심을 먹었으니까. 야간 촬영도 마찬가지다. 야식 먹어 본 기억이 없다.”
김=“스태프도 1편 때부터 거의 바뀌지 않았다. 김민 대역 스턴트 배우도 세 편째 같은 분이다. 나보다 한 살 위다.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들겠나. 간혹 내가 자청해서 대역의 대역을 한 적도 있다.”
-서로에게 우정을 넘어 애정이 엿보인다.
김=“달수 형은 정말 소탈하고 가식 없는 사람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더 멋있어졌다.”
오=“멋있기는 뭘… 괜한 소리다(웃음). 서로 바쁘니까 자주 보진 못해도 가끔씩 약속 잡아서 만난다. 얼마 전에는 명민이가 ‘같이 라이딩 하자’면서 바이크를 권하길래 한 대 장만했다. 마트에 장보러 다닐 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김=“1편 성공 이후 비슷한 영화와 캐릭터가 쏟아졌다. 출연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사실 1편 때는 시리즈 제작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2편을 위해 캐릭터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지조를 지킬 거다.”
오=“1편에 완성하지 못한 캐릭터가 2편에서 보완됐고 3편에선 안정감이 생겼다. 인물에 더 깊게 들어가게 됐다. 연기를 준비하는 시간도 줄었다.”
-4편도 제작될까.
김=“3편 성공 여부에 달렸다. 우리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앞으로는 배우와 감독의 의지가 아닌, 관객이 원해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돼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감독의 스케줄도 살펴야 한다. 감독이 JTBC 제작1국장이라 바쁘다. 배우들이 노화되고 있으니 시리즈 간격을 좁혀 줬으면 좋겠다(웃음).”
오=“4편은 3편보다 참신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전편을 뛰어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걸 알기에 조금 걱정되고 긴장되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했다.
김=“‘품위 있는 그녀’와 ‘힘쎈 여자 도봉순’을 쓴 백미경 작가의 ‘우리가 만난 기적’(KBS)이란 작품이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오=“‘나의 아저씨’(tvN)에서 삼형제 중 맏형으로 출연한다. 드라마 연기라고 특별히 다르겠나. 늘 보던 그 연기를 보게 될 거다(웃음).”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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