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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태프 ‘열정착취’ 여전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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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ㆍ헤어직 절반 이상 못 받아
수습 한 해 수입 평균 347만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영화의 분장팀으로 일했던 윤모(23)씨는 한 달에 채 8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지방촬영이라도 하는 날엔 하루에 서너 시간 쪽잠을 자고 하루 종일 야외에서 일했는데도, 8개월이 넘는 기간 내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은 것이다. 2015년부터 영화 촬영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고 윤씨는 전했다. 그는 “표준근로계약서는 정말 유명한 대기업 영화 현장에서만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인맥으로 현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는커녕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아도 일단 일을 하고 보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대표적인 저임금 ‘열정착취’ 일자리로 꼽히는 영화산업의 근로자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스태프 대다수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직군별 편차도 상당했다.
26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영화산업에 있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의 최저임금 적용 비율이 2016년 75.9%(575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64.8%)보다는 오른 수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경우는 24.1%(182명)로 국내 근로자 평균(14.7%)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같은 영화에서 일하더라도 업종별로 임금 차이가 컸다. 분장ㆍ헤어직군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비율이 48.7%에 머물렀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이들이 2명 중 1명 이상이라는 얘기다. 연출과 소품 직군도 각각 67.0%와 71.4%에 불과했다. 조명(85.1%)이나 촬영(82.9%), 제작(82.6%) 직군은 그나마 높은 편에 속했다.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되며 관련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봤다는 스태프의 비율은 절반은 간신히 넘는 53.1%였다.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되지만 영화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셈이다. 이 역시 분장ㆍ헤어직군이 42.5%로 가장 낮았다. 분장ㆍ헤어 스태프의 경우 급여와 수당을 뭉뚱그려 팀장급과 계약을 하는 ‘턴키계약(일괄계약 방식)’이 일상화된 탓이다. 실제로 분장ㆍ헤어의 수습 근로자의 경우 연간 영화 수입 평균이 고작 347만원에 불과했지만, 감독급은 4,167만원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 현장에서는 올해 최대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전국영화산업노조 관계자는 “대규모 제작사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으로 인해 시급이 오르겠지만, 전체 한국영화의 70%에 달하는 저예산 영화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투자사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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