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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격노한 상태서 ‘관세 무역전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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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부터 다른 사안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
힉스 증언ㆍ세션스와 갈등ㆍ사위 대우 논란 등 추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면서 사실상 전 세계에 ‘무역 전쟁’ 개시를 선언했을 때, 내부의 골치 아픈 다른 사안 때문에 격노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의사 결정 과정의 완벽한 붕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참모진들과의 충분한 상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번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는 이 같은 속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에 정통하다는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방송에 “(관세 부과 방침이 발표되기 전날인) 수요일 저녁, 대통령은 몹시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면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NBC 방송은 “행정부 관리 2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개시 결정은 별도 이슈에 대한 부글부글 끓는 분노에서 나왔다”며 “대통령에게 최선의 조언을 건네도록 합의를 통해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 내부 시스템의 붕괴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사건으로 ▦사임을 표명한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회 증언 ▦연방수사국(FBI) 내부 수사를 둘러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의 갈등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기밀정보 접근권 강등 등을 꼽았다. 이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해 있는 상태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제안에 따라 무역 전쟁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NBC 방송은 또, 발표 준비 과정에서 행정부와 백악관의 손발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로스 장관은 1일 오전 11시 미국 철강ㆍ알루미늄 업계 경영진을 백악관 간담회에 초대해 놓고도, 백악관 스태프에겐 해당 명단을 통보해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백악관 관리들은 초청 대상이 된 기업인 15명의 신원 조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심지어 존 켈리 비서실장조차 이들의 이름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간담회 12시간 전까지 백악관 내의 어떤 팀도 관세 정책 관련 입장 자료를 준비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는 사전에 준비됐다기보다는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태에서 다소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공산이 커 보인다. NBC 방송은 “관세 폭탄 방침을 밝힌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고 사전 검증을 받은’ 발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한 관리는 “백악관 공보팀은 대통령 발표를 위해 준비가 잘 돼 있었다”며 “또, 간담회 참석자들 대부분은 과거에도 대통령 행사에 초대된 적이 있어 이미 신원 검증이 이미 이뤄졌던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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