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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미세먼지에 출근 시민들 고통 "마스크 해도 겁난다"

입력
2018.03.26 10:25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에 네 번째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출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기다린 시민 대다수는 마스크를 끼고 있었었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 스카프나 코트 자락으로 입과 코를 막기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회사원 박모(58)씨는 "갑갑하고 안경에 김이 서려서 마스크를 안 꼈다가 오늘 처음으로 꼈다. 어제와 오늘 눈이 아프고 목이 따갑고 피부도 가려워서 안 되겠구나 싶었다"며 "딸이 계속 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란 기사 링크를 보내면서 걱정을 하길래 오늘은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도 마스크를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아예 박스 채로 구입해 신발장에 올려뒀다고 전했다.

출근 중이던 손모(29·여)씨도 마스크를 쓴 채 "미세먼지가 심해진 이후 나쁜 날에는 눈이 가렵고 기관지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마스크에 들인 돈만 얼마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일상이 되는 건지 겁이 난다. 명확한 원인분석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서모(35·여)씨는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가시거리 확보가 이렇게 안 되는 것을 보니 진짜 상황이 심각한 게 느껴진다"며 "엄마·아빠도 설득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모(25)씨는 "밖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데도 기침이 나온다"며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많이 콜록 거렸다. 가뜩이나 버스에 사람도 붐비는데 숨이 막혀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나쁨' 수준인 125㎍/㎥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94㎍/㎥로 '나쁨'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지역에 서울형 미세먼지(PM-2.5)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 올해 들어 4번째다.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발령에 따라 서울시는 공공기관 주차장 456개소를 전면 폐쇄하고 관용차 3만 3000여대 운행을 중단했다. 특히 비상저감조치 상황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자율적인 시민 차량2부제가 시행된다.

앞선 3번의 비상저감조치때와는 달리 이번 조치때부터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영을 시행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했다.

김모(29·여)씨는 "재난문자까지 보내는 수준인데 그 이상 어떤 조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차량2부제가 아니라 당장 건강과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조치를 고려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모(34)씨는 "지자체가 단순히 오늘의 미세먼지를 저감하겠다고 큰 돈을 들이기 보다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가 연구하는 데 돈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오늘은 마스크를 쓰면 되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모(31·여)씨는 "오늘 약속도 있는데 마스크를 끼려고 화장을 하나도 안 했다. 원래 화장 때문에 마스크를 안 했는데 도저히 안 할 수 없었다"며 "언제까지 대책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되고 이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다음 대선은 누구든간에 이 미세먼지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 당선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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