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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증가, 소득보다는 환율이 좌우

입력
2018.03.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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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행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외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해외소비 증가가 소득수준 향상과 같은 추세요인보다는 실질환율 상승을 비롯한 순환요인에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율, 유가 등 수시로 변하는 경제요인에 따라 해외소비 수요가 상당폭 변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김민수 과장과 양시환 조사역은 26일 2000년대 이후 국내 가계소비 대비 해외소비 비중의 변동 요인을 분석한 ‘해외소비 변동요인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해외소비는 국내 가계가 해외 여행, 유학ㆍ연수에서 사용한 지출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소비 비중은 2000년 2.0%에서 2007년 4.3%로 크게 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1년 2.8%로 급락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다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4.0% 수준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해외소비 비중 변동 요인을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추세요인(1인당 국민소득, 국제항공료 하락, 유학ㆍ연수 이점 감소, 해외소비의 국내소비 대체 정도 등)와 경기에 따라 변동하는 순환요인(실질환율, 국제유가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추세요인에 따른 해외소비 비중은 2000년 1.9%에서 지난해 3.8%로 배로 늘어났는데, 금융위기 이전에는 빠르게, 이후에는 완만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전엔 소득수준 향상, 외환자유화(2011년 1월)에 따른 해외 송금한도 폐지가 해외소비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유학ㆍ연수 감소, 저가항공사 이용 확대에 따른 항공료 하락이 엇갈리며 해외소비 상승률이 완만해졌다고 지적했다.

순환요인은 실제 해외소비에서 추세요인에 따른 부분을 차감한 변동분을 뜻하는데, 변동분의 대부분은 실질환율 변화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우리나라 실질환율이 상승(원화 강세)했던 2004~2007년 해외소비 비중 상승분 1.8%포인트 가운데 0.8%포인트, 환율이 하락(원화 약세)했던 2008~2011년 해외소비 비중 하락분 1.5%포인트 가운데 1.2%포인트가 각각 환율 변동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특히 2004년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주말 근거리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서 해외소비의 환율 민감도는 한층 강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가 등락이 해외소비 비중 연간 변동분의 -0.2~0.1%포인트를 차지했다.

한편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해외소비 비중(2016년 3.8%)이 선진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국과 10개국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고,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관련 통계가 제공되는 42개국과 비교해도 22번째로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여행ㆍ교육산업에서 국내와 해외의 경쟁관계가 강화되면서 과도한 해외소비 증가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해외소비가 경상수지를 안정화시켜 경기 변동폭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상품수출이 증가하는 호황기에는 여행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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