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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골든타임 10시 17분에 맞춰 朴에 보고ㆍ지시 입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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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조작의 향연으로 드러난 ‘7시간 행적’
안봉근 “안보실장이 통화 원해”
“그래요?” 하고 침실로 돌아간 朴
10시20분 후에야 첫 보고 받은 듯
실제 구조 지시는 10시 22분
10시 15분으로 시간 조작돼
안보실 컨트롤타워 책임 규정한
위기관리 지침도 멋대로 개정
초기 대응 미숙과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 등 박근혜 정부가 위기 대응과 관리에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던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국민적 비판과 그 비판의 중심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에 대해 거짓과 조작의 향연을 벌인 것으로 검찰은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과 억측이 끊이지 않자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당일 상황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서면보고를 받았고, 15분 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 전화를 걸어 인명구조를 지시하고 22분에 전화로 추가 지시했다는 설명이었다. 또, 대통령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20~30분 간격으로, 간단 없이, 시시각각으로’ 11차례 서면 보고했고, 외부인의 청와대 방문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은 청와대 설명과 180도로 달랐다. 김장수 실장은 오전10시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 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전화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 실장은 안봉근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보고서가 올라갈 예정이니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분 뒤 신인호 위기관리센터장에게 대통령 관저로 보고서를 전달하도록 지시했고, 상황병이 관저까지 뛰어가 이를 전달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 탁자 위에 올려진 시각은 10시20분쯤이다. 이 무렵 침실 앞에 도착한 안 전 비서관의 수 차례 부름 끝에 침실 밖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는 말을 건네 듣고 “그래요?”라고 답한 뒤 침실로 돌아갔다. 10시20분 이후에서야 박 전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받았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통화는 10시 22분에서야 이뤄졌고,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김 전 실장을 통해 해경 상황실에 전파된 건 오전 10시25~26분쯤이었다. 이후 상황보고서도 오후 및 저녁 각각 한 번씩 일괄 출력돼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청와대가 밝힌 상황은 모두 허위였고, 이 허위 사실을 담은 보고서는 국회에도 보고됐다.
당시 청와대의 허위사실 공표는 ‘골든 타임’ 내 청와대가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강조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가 사고 당일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정리한 회의자료에서 세월호 탑승자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된 오전 10시17분을 ‘골든타임’으로 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배가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던 시점이다. 이 시각 전에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지시한 것으로 입을 맞춘 청와대 측은 미숙한 대응 책임을 해경으로 미뤄 해체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규정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무단 개정됐다. 당초 지침에는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규정돼 있어, 청와대 책임 추궁의 근거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지침이 대외비로 지정돼 외부에서 알기 힘든 점을 노려 절차를 건너 뛰고 제멋대로 개정하고, 각 정부 부처에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대통령 서명까지 날인된 훈령에 볼펜으로 두 줄을 ‘찍찍’ 그었고,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 상황에서만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취지가 씌어졌다. 대통령 훈령은 10일 이상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계기관장에게 의견을 들은 뒤 법제처장 심사를 받고 주관 기관장이 대통령 재가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박근혜 청와대는 국가의 존재 의미까지 의심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고 참회하기는커녕 거짓과 조작, 불법을 동원해 무능과 책임을 덮는 데만 급급했던 셈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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