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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함경도 사투리 좋아해” “현송월이 건강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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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에서 북측 음악인들이 술을 권하며 ‘... 라구요’(1993)에 대해 많이 묻더라고요.”
가수 강산에는 지난 3일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합동 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 후 통일전선부 소속 초대소인 미산각 만찬에서 ‘...라구요’와 ‘명태’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강산에가 ‘우리는 하나’와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 공연에서 부른 두 곡은 모두 실향민 부모님의 사연을 담은 노래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강산에 부모님의 고향은 함경도. 강산에는 함경도 사투리를 활용해 만든 노래 ‘명태’를 1일 공연에서 불러 북측 음악인들의 관심을 샀다. 강산에는 4일 한국일보에 “만찬에서 만난 북측 음악인들이 ‘명태’ 내레이션 부분을 ‘랩’이라고 부르며 ‘그 부분이 좋다’고 하더라”고 했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 지방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처음 잡아 해서리 명천의 명자 태씨 성을 딴 태자 명태라고 헤떼이제니’ 부문에 흥미를 보였다는 설명이었다.
강산에는 3일 공연에서 ‘....라구요’를 부를 때 결국 눈물을 떨궜다. 고향을 잃은 서러움이 절절하게 묻어난 노래에 북측 관객도 울었다. 강산에는 “내가 말을 못 잇고 있으니 관객들이 손뼉을 쳐 응원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북한 관객의 응원에 힘입어 강산에는 다음 곡인 ‘넌 할 수 있어’를 무사히 마쳤다. 강산에는 “북한 관객이 응원해 줘 더 힘을 내 노래했다”고 말했다.
강산에는 지난 1일 공연 사전 연습을 하면서부터 “부모님 고향에 와 있다는 실감”을 했다.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지만, 3일 마지막 무대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강산에는 “‘...라구요’를 부르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며 눈물을 떨군 이유를 들려줬다. 강산에는 2006년 금강산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평양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방북해 현지 관객들을 만난 가수들에게 두 번의 무대는 특별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은 공연에서 북한 가수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서현이 이 곡을 부를 때 관객들은 팔을 위로 흔들며 그의 노래를 즐겼다. 서현은 “목감기에 걸려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고 속상했다”며 “하지만 평양 시민께서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셔서 힘을 내 끝까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에 처음으로 북한에서 공연한 가수 백지영은 “평양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도 (내가 북한에서 노래를 하는지)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백지영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특별히 백지영을 언급했다”라며 “백지영이 워낙 열창하니까 노래가 신곡인지, 남측에서는 어느 정도 가수인지 물어봤다”고 말한 바 있다. 백지영은 방북 공연에서 히트곡인 ‘총 맞은 것처럼’ 등을 불렀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따뜻하게 남측 가수들을 챙겼다. 서현은 “현 단장께서 공연 내내 제 건강을 걱정해주고 따뜻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공연이 끝난 뒤엔 이번 공연 진행과 노래를 잘 해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현은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북측 예술단 공연에서 현 단장을 처음 만났다. 이번 방북 공연에 참여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 단장이 만찬에서 우리 가수들과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격의 없이 얘기를 주고받더라”고 귀띔했다.
만찬에선 우리 가수들과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현 단장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합창했다. 우리 예술단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등 현지 음식을 즐겼다. 평양을 떠날 때 북한 소주와 맥주를 챙겨 온 가수도 있었다.
두 번의 공연은 무사히 끝났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가수 최진희는 지난달 말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있을 때 한국으로부터 급박한 연락을 받았다. 방북 공연 준비단으로부터 공연에 부를 곡 중 한 곡을 남매 듀오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로 바꿔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었다. 최진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맞춰 준비된 한류 공연 참석을 위해 아부다비에 체류 중이었다. 최진희는 남매 중 여동생 장덕(1961~1990)과 친분이 두터웠지만 ‘뒤늦은 후회’는 몰랐다고 한다. 최진희 측근은 “북측에서 요청해 곡을 바꿔 줄 수 있느냐고 하더라”며 “최진희가 선곡 변경 요청을 받고 현지에서 노래를 들으며 곡을 익혔다”고 귀띔했다. 최진희는 귀국 직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조용필의 YPC프로덕션 연습실에서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맞춰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 본 뒤 바로 평양으로 떠났다.
고생 뒤 낙이 왔다. 최진희는 1일 공연 후 우리 취재진을 만나 “김정은(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악수를 하는데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며 “그때 ’아, 왜 나더러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최진희는 “무대에서 ‘최진희씨를 소개합니다’라고 하자 객석에서 함성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 공연에서 느껴보지 못한 호응이었기 때문이다. 최진희는 두 번의 공연에서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
이날 새벽에 귀국한 가수들은 채 여독을 풀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YPC프로덕션에 모여 공연에서 부른 음원 후반 작업을 이어간다. 우리 방송에 내보낼 소리를 다듬는 작업이다. ‘봄이 온다’ 공연은 5일 오후 7시 55분에 KBSㆍMBCㆍSBS를 통해 방송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평양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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