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해피벌룬 국내 단속하자… 베트남 원정 파티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정부 작년 8월 ‘환각물질’ 지정
베트남은 위험물질 인식조차 없어
유흥업소, 한국손님에게 무료 증정
일부 여행사는 이색체험 상품까지
“해외서 흡입해도 국내법 처벌
여름방학 기간 중점 점검 계획”
“’해피벌룬’ 할 거야?”
베트남 대표 휴양지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인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다낭(Da Nang)의 한 술집. 지난 주말 자정쯤 맥주 한 병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별안간 ‘해피벌룬’을 하나 사겠느냐고 물어왔다. 일명 마약풍선이라 불리는 해피벌룬은 국내에서는 흡입이 금지된 환각물질 중 하나. 주변을 둘러보니 가게 여기저기에선 이미 많은 한국인이 자신 몸통만한 투명 풍선을 하나씩 입에 물고 취해 있었다. 원치 않는다고 답하니 종업원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재차 물었다. “다른 한국인들은 다 샀는데 너는 왜 안 사?”
국내에서 불법화하자 한국인 여행객 및 유학생들이 베트남 술집과 클럽 등에서 해피벌룬 파티를 벌이고 있다. 해피벌룬은 풍선에 아산화질소를 삽입한 것으로, 흡입하면 순간적으로 환각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에 한국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남용할 경우 신경마비나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이를 환각물질로 지정해 단속하고 있다. 국내 단속을 피해 베트남에서 불법 환각물질에 무분별하게 취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 위험하다는 인식 자체가 거의 없다. 실제 다낭 내 술집 등에서는 종업원들이 아예 해피벌룬 수십 개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하나씩 파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술집과 클럽에서 자주 해피벌룬을 접한다는 한인 유학생 A(24)씨는 “들이마시면 순간적으로 만취한 기분이 들고 금방 깬다”라며 “많은 사람이 하니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술집에서도 한 20대 한국인 여성이 해피벌룬을 한 번 들이마시더니 몽롱한 표정으로 끝까지 풍선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춤을 추다가 크게 넘어져도 해피벌룬만은 놓지 않는 사람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구하기 쉽기도 하거니와 풍선 하나에 1,000~3,000원 정도로 싸다. 다낭의 호텔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 호티흐엉(22)씨는 “많은 한국인이 어디서 해피벌룬을 살 수 있느냐고 대놓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심지어 베트남 유흥업소들은 “한국 손님에게 해피벌룬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일부 현지 여행사는 해피벌룬 흡입이 포함된 이색 체험상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니 애초 관심이 없던 한국인조차 호기심에 해피벌룬을 구매하게 된다. 대구에서 다낭으로 3박4일 휴가를 왔다는 B(27)씨는 “해피벌룬이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많이 하니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 털어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해피벌룬을 흡입해 본 관광객들이 올리는 경험담이 줄을 이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해외에서 흡입했더라도 당연히 국내법으로 처벌 받게 된다”며 “동남아시아 여행객 증가가 예상되는 여름방학 기간은 특히 범법 행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해피벌룬 흡입으로 적발되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다낭(베트남)=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