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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경수 자료’ 뒤늦게 檢 제출… “정권 눈치보기” 느슨한 수사 비판

입력
2018.04.1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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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법원 기각 후에도

보강수사 제대로 하지않고 재신청

“증거인멸할 시간만 벌어줘” 지적

경찰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자료를 뒤늦게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당 유력 국회의원 등장에 정권 눈치 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에도 보강수사를 하지 않고 다시 신청하는 등 시간을 허투루 쓰던 와중에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이 김 의원과 관련된 자료를 구속기한이 종료되기 며칠 전에서야 검찰에 제출했다. 경찰이 김모(49·필명 드루킹)씨 등 일당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김 의원과 관련된 사실은 포함하지 않았던 건데, 이들의 구속기한을 5일 앞둔 13일 오후 6시30분쯤에서야 갑자기 김 의원 텔레그램 등을 “정황 증거”라며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재판에 넘기면 (김 의원) 수사가 알려질 텐데 괜찮겠냐”고 되물었지만, 경찰은 “괜찮다”고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원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에 김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이틀 뒤인 15일 언론에 보도됐다. 이로 인해 ‘김 의원 관련 내용을 검찰에 알리지 않으려다, 보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검찰에 해당 자료를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경찰은 2월 8일 김씨 등 일당의 근거지로 보이는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청구했으나 법원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리고 12일 뒤인 2월 20일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보강수사가 전혀 돼있지 않아 다시 수사지휘를 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결국 경찰이 보강된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온 건 3월이었고 이때서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들어간 지난달 22일 이미 사무실에서는 댓글을 지우는 등 증거인멸이 한창이었다.

경찰은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의 ‘기사 댓글 조작 의혹’ 고발이 접수된 후 6주 동안 수사해 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수사 절차와 달리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김씨 등이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자 긴급체포를 해야 했고, 이들을 구속하고 나서야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조차 “(김 의원이 불거져 나오면서) 수사가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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