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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비핵화 시간표 구두 합의했나

입력
2018.06.14 12:4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공동성명 서명에 앞서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공동성명 서명에 앞서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비핵화 시점에 구두 합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20년’을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 완료 기대 시점으로 언급하면서다.

14일 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 방한한 폼페이오 장관은 당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언제까지 핵무기 해체 조치를 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주요 비핵화가 앞으로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괄 타결 의지를 보이면서 속도전을 예고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목표 시점을 명시한 건 처음이다. 미 대통령 선거 일정과 맞물린 비핵화 로드맵이 짜일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이 회담 당일 비핵화 완료 시점에 대한 구두 합의를 이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면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북미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만 돼 있다.

시간표 언급과 함께 ‘트럼프 모델’도 구체화하고 있다. 비핵화 완료 시점을 잡아 큰 틀을 세운 뒤 합의와 이행은 세부적으로 쪼개 진행하면서, 이에 대해 종전선언 등 북미관계 개선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보상하는 방식이 트럼프 모델이다.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 해법과 당초 미국이 요구했던 일괄 이행 방식을 절충한 트럼프 식 살라미 전술(단계를 잘게 쪼개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술책)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13일 북미 정상이 “조선반도의 비핵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시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역시 2020년까지 주요 비핵화 이행 조치를 마무리 짓는 속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2016년 5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이 2020년 종료되는 만큼 리더십 증명을 위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경제적으로 단번 도약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대북 제재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일단 비핵화를 결심한 이상 이와 교환할 체제안전 보장만 제대로 제공된다면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적당한 위협’으로 남겨두기 위해 오히려 미국 쪽에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도 13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도 타이밍의 시급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빨리 진행하고 싶어한다”고 확인했다.

북미 정상이 큰 틀에 합의했다고 할지라도, 후속 협상에서 ‘주요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비핵화 진정성을 어떤 조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느냐, 개별 조치의 순서를 어디에 둘 것이냐를 두고 북미 간 이견이 발생할 개연성 있다. 싱가포르=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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