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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묻어난 절실함…달라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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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많았다. 잔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맞붙은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고 잔칫상의 주요 메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가 선보였다. 그는 각본 없이 추가 시간까지 더해진 94분짜리 드라마에서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 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현역 최고의 슈퍼스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올해 선수상인 ‘발롱도르’를 5차례나 수상한 그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트와 레알 마드리에서 들어올릴 수 있는 우승 트로피는 모조리 거머쥐었다.
하지만 천하의 호날두도 월드컵 무대에선 언제나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지난 2006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총 13경기에 나서 3골 2도움이 전부였다. 지금까지 통산 국가대표로 뛰었던 150경기에서 기록한 81골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했다.
그랬던 호날두가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절박함은 경기 내내 묻어났고 팀의 분위기도 살려냈다.
당장, 스페인과의 1차전(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부터 소나기 3골을 쏟아냈다. 3회에 걸쳐 기록했던 득점을 한 경기에서만 몰아치면서 이번 월드컵의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사실, 이날 경기 시작 전, 국가를 힘차게 부르고 팀원들에게 박수까지 치면서 독려한 호날두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전반 4분 만에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그는 이후, 중앙선 아래 진영으로 내려오면서 수비까지 적극 가담했다.
그는 공격 기회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내비쳤다. 전반 21분, 상대 진영 패널티박스 근처에서 맞이한 결정적인 기회에서 동료인 곤살로 게데스(21ㆍ파리 생제르맹)에게 공을 패스하면서 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골로 연결시키진 못했지만 그의 표정에선 신중함이 역력했다. 경기 도중, 패스 미스로 다소 느슨해진 동료들에겐 ‘집중하자’는 듯한 몸동작과 함께 소리 섞인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겠다는 그의 절박함은 2대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후반전 40분, 패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를 등지고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깊은 심호흡을 여러 번 내쉰 그는 오른쪽 하의 유니폼까지 걷어 올리면서 스페인 골문 왼쪽 상단을 향해 날린 슛으로 마침내 3대3 동점골까지 만들어 냈다. 90분간의 혈전을 마치고 주어진 추가 시간,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주저 앉은 그는 오른쪽 발목을 만지면서 잠시 고통스런 표정도 지었다.
하지만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에 동료들과 악수를 나누면서도 미소를 되찾았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 직후 가진 FIFA와 공식 인터뷰에서 “난 항상 나 자신을 믿어왔지만, 오늘 경기에선 팀플레이를 동료들에게 강조했다”며 “우리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경기는 월드컵의 첫 경기일 뿐”이라며 “우리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자신을 굳게 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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