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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영웅 마르케스, 코카콜라 물병 못 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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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표팀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감독은 유독 ‘하나의 팀’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아스 멕시코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개인은 잘못된 것”이라고 까지 말하면서 팀의 결속을 강조했다. 그 하나된 팀으로 멕시코는 18일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필드 위에서 똘똘 뭉친 멕시코지만, 훈련장에서 입는 옷만큼은 하나로 통일하지 못했다. 이번이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인 멕시코의 전설 라파엘 마르케스(39)가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19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르케스는 월드컵 파트너사인 ‘코카콜라’의 로고가 노출된 물병을 사용하지 못한다. 멕시코 대표팀이 훈련장에서 착용하는 훈련복에도 코카콜라 로고가 박혀 있는데, 마르케스는 홀로 이 로고가 없는 옷을 착용한다. 만약 마르케스가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 하더라도 ‘버드와이저 맨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받지 못 한다. 월드컵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모두 미국에 뿌리를 둔 회사들이다.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전설 마르케스가 이렇게 곤욕을 치르는 이유는 지난해 8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마약 거래 연루 제재 명단에 그가 포함되면서다. 미국 재무부는 멕시코 마약상 라울 플로레스 에르난데스가 이끄는 마약조직을 수년 간에 걸쳐 수사해 제재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마르케스 본인 뿐 아니라 그가 세운 아동자선단체와 축구교실도 포함돼 큰 충격을 안겼다.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과 조직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의 개인이나 사업체와 거래하는 것도 전면 차단된다. 마르케스 측은 즉각 혐의를 부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복잡한 문제가 잇따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에 출전 준비를 위한 배당금 150만달러(약 17억원)를 지급했는데 멕시코에게는 달러가 아닌 유로로, 미국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은행의 계좌를 통해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웨일스와 평가전도 미국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마르케스는 출전하지 못했다. 월드컵 1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사상 3번째로 5회 연속 월드컵 출전 대기록을 달성해놓고도, 경기 이후 취재진의 인터뷰 세례를 받지 못했는데 이 역시 맥도날드, 비자 등 미국 기업들로 수 놓인 광고판이 그와 함께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내에서 마르케스의 신뢰는 상당하다. 오소리오 감독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정신적 지주 마르케스를 러시아로 데려갔다. 오소리오 감독은 독일에게 1-0으로 이기던 후반 29분 마르케스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는 독일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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