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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성범죄 처벌, 징역형 늘어난다

입력
2018.07.11 14:16
수정
2018.07.11 23:52
14면

벌금형 선고 원심 파기하고

형량 높인 이례적 판결 잇따라

“디지털 성범죄 경각심 고취”

여성계를 중심으로 불법 촬영(몰래카메라)에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선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성복)는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여성을 촬영하다 적발된 정모(36)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명했다.

정씨는 작년 6월 서울 도심 쇼핑센터 여자화장실에 숨어 총 3차례 옆 칸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찍은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노출증과 관음증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치료의지가 분명한 점 등을 참작했다”라며 정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재범 우려가 크다고 보고 징역형으로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 여성이 이용하는 화장실에 침입해 수치스러운 장면을 촬영한 것은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며 “공연음란죄로 두 번이나 벌금형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재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항소8부(부장 임성철)는 페이스북에서 본 여성의 얼굴을 나체사진에 합성해서 붙인 이미지를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 회사원 이모(27)씨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나체 편집사진을 유포하는 것은 인격살인”이라며 벌금형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결은 성범죄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법부 대응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잇따른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ㆍ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발생은 2016년 총 6,364건으로 2007년(804건)과 비교해 10년 새 8배 정도 늘었다. 그런데 한국여성변호사회 집계를 보면 불법 촬영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경우는 5.3%에 그쳤다. 반면 벌금형은 72%에 달했다. 사법부가 성폭력의 범위를 신체접촉 중심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김영미 변호사는 “몰카 범죄에 징역형이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일부 재판부를 중심으로 선도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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