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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탈북 주도한 지배인 “국정원이 식당 차려 준다고 했다”

입력
2018.07.15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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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인터뷰서 주장 

 “동남아에 가게 하나 차려 줄 테니 

 종업원들과 함께 운영하라 꼬셔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자 

 ‘협력한 사실 北에 폭로’ 협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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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탈북설’ 의문 여전 

 탈북한 지 2년 지난 시점서 주장 

 “北, 지배인 가족 볼모로 잡아놔 

 가짜 진술하게끔 압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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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난감한 입장 

 시민단체 등 경위 재조사 요구 

 기획 탈북 땐 국가기관 신뢰 타격 

 통일부 “자유의사에 입국” 재확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북 종업원이 기획탈북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입장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북 종업원이 기획탈북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입장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중국 저장(浙江)성 북한 류경식당에서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탈북한 지배인 허강일씨가 15일 ‘국가정보원이 동남아시아 식당을 탈북 대가로 내걸었다’고 주장해 기획탈북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다수 종업원과 달리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하고 있는 허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도 되느냐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이날 허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국정원 관계자)이 나보고 ‘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줄 테니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셨다”고 주장했다. 5월 JTBC를 통해 “국정원 직원 요구로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고 주장하며 기획탈북설을 점화한 지 2개월 만이다.

그는 이어 “(내가)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자 국정원 사람들이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대다수 종업원도 동남아에 가는 줄로 알고 자신을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허씨가 ‘동남아 식당’을 구체적인 대가로 제안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기획탈북설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날 통일부는 “종업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정원도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고발한 사안으로, 제기된 주장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앞서 민변은 기획탈북을 주도한 혐의로 이병호 전 국정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주권연대 소속 회원들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기획탈북에 대한 책임자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주권연대 소속 회원들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기획탈북에 대한 책임자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유엔 등에서 관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탈북 경위에 대한 전면 재조사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탈북 종업원들 사이에 탈북 경위와 북송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으나 북측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어, 조사 결과를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기획탈북설이 사실로 공식 확인될 경우, 국가기관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허씨의 주장을 완전히 믿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탈북 전) 허씨가 국정원과 정보를 주고 받는 등 내통하고 있다는 게 북한 당국에게 적발돼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원의 협박 때문에 억지로 올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 “탈북한 13명 중 허씨 가족만 북한 수용소에 잡혀 있다고 들었다”고 전하며 “북한 당국이 가족을 볼모로 허씨에게 ‘국정원이 속였다’는 진술을 하게끔 압박ㆍ협박하고 있을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탈북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획탈북설을 제기하고 나서는 이유에 대해 납득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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