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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빛난 ‘챔프 프랑스’… 원팀 투혼 ‘감동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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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축구대표팀,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출신… 조화 이뤄
20여년 전 내전 겪은 크로아티아 선수들
아픔 딛고 똘똘 뭉쳐 준우승 저력 과시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애칭은 ‘레블뢰(Les Bleus)’다. 그들의 푸른 유니폼 색깔을 상징한다. 그러나 프랑스가 1998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레인보 팀’(Rainbow Team)이란 별명이 붙었다. 다양한 인종과 출신 성분을 가진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다는 의미다. 1998년 우승 멤버 22명 중 절반 넘는 12명이 해외 출신 또는 이민자 후손이었다. ‘중원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46)은 알제리 이민 2세고, 골잡이 티에리 앙리(41)의 아버지는 프랑스 해외령인 카리브해 연안 과달루페 출신이다.
‘레인보 팀’은 프랑스를 하나로 만들었다. 1998년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마르셀 드사이(50)는 “인종 차별을 비롯해 어떤 차별도 없었다. 모든 프랑스 사람들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미국 CNN은 “축제 분위기를 외면한 유일한 사람은 장마리 르 펜(극우파 정치인)과 그의 지지자들뿐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결승에서 ’돌풍의 팀‘ 크로아티아를 4-2로 제압하고 두 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2018년 대표팀은 23명 가운데 무려 21명이 이민자 출신이다. ‘펠레의 재림’이라 불리는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0)는 카메룬 아버지와 알제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탄탄한 중원 라인을 구축한 폴 포그바(25)와 은골로 캉테(27)는 기니와 말리에서 각각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최근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도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5년 11월 130여 명이 희생된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사회는 얼어붙었다. 극우 세력이 결집하며 장마리 르 펜의 딸인 마린 르 펜 국민연합 당수가 한 때 차기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 레인보 팀’의 월드컵 우승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CNN은 “(러시아월드컵의) 새로운 승리가 최근의 긴장감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사람들이 믿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결승에서 프랑스에 무릎 꿇은 크로아티아는 체력적인 열세임에도 투혼을 불사르며 더 큰 감동을 안겼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겪은 세대인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고 월드컵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강인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준우승을 하고도 골든볼(대회 MVP)의 영광을 안은 루카 모드리치(33)는 6세 때 할아버지가 세르비아 반군에 사살되는 아픔을 경험했다. 허벅지 부상에도 결승에서 환상적인 왼발 동점골을 터뜨린 이반 페리시치(29)는 내전을 피해 크로아티아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을 화약고에서 보낸 이들의 애국심과 동료애는 남달랐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잉글랜드와 4강에서 “힘든 선수는 교체하려 했지만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자랑스러운 2위를 차지한 여러분은 가족, 친구, 팬, 국가에 자부심을 안겼다”고 자평했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결승전 뒤 폭우에도 아랑곳 않고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위로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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