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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스왜그’ 위험천만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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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 출연자 성공의 상징
손목 자해 흔적 멋있어 보여”
10대들 따라하며 SNS 인증샷
부모^교사 몰래 자해방법 공유
일선 학교 대응법 강구에 비상
“어느 날 저희 반 학생이 손목을 붕대로 감고 있는 거에요. 봤더니 칼로 손목을 그었던 거더라고요.”
경기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 정모(34)씨는 아직도 학생 손목을 본 날을 떠올리면 손이 떨린다. 정씨는 학생이 나쁜 생각을 먹고 자해한 게 아닐지 바로 상담을 시작했다. 학생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정씨를 더욱 충격에 빠지게 했다. “TV에서 본 한 래퍼(Rapper)의 손목 자해 흔적이 멋있어 보여 그랬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유를 듣고 너무 당황했다“라며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래퍼를 따라 손목 자해를 하는 중고교생 때문에 일선 학교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는 이런 행위를 자랑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구체적인 자해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자해가 극단 행동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해법을 강구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설프게 대응했다가 오히려 화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어 학교 상담교사 등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소위 ‘자해 스왜그(Swagㆍ랩 등에서 으스대거나 잘난 척하는 표현)’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해를 하면 멋있다는 뜻으로 통용되는데, 고등학생 연령대 청소년들이 출연해 랩 실력을 겨루는 TV프로그램 ‘고등래퍼’가 그 진원지로 지목된다. 프로그램 참가자 한 명이 특유의 우울한 스타일 랩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었다. 나아가 자해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가사가 방송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 자해는 이 래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마포구 한 고등학교 1학년 장모(16)양은 “10대에게 래퍼는 동경의 대상이라 말투든 뭐든 많이들 따라 한다”라며 “손목 자해도 성공의 상징처럼 받아들이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히 ‘자해는 멋있다’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 자해까지 이어지고, 그것이 자랑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SNS에는 자해한 손목 사진 등을 올려 주변인에게 인증하는 10대들이 올리는 게시물만 1,000여개가 넘는가 하면, 심지어 부모나 교사 몰래 자해할 수 있게 칫솔 등 물건을 날카롭게 만들어 자해하는 방법이 공유돼 자해를 부추기는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일선 학교는 전전긍긍이다. 치료 단계를 밟아나가면 되는 우울증 같은 것과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 A씨는 “막연히 ‘이런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다가가면 반발심에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손목 자해가 ‘성공의 상징’이 된 점에 주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해연 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좌절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쉽게 성공의 상징에 빠져들기도 한다”라며 “스타의 자해를 따라 하는 학생들을 상담할 때 손목 자해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좌절’의 상황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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