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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 폭염에 원전 재가동?... “정기 정비 마친 5기 예정대로 가동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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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선언하고 추가 가동?
2기 정비 늦춘것도 이미 4월 결정
한수원 “재가동 노력”이 오해 불러
사용량 연일 최대, 전력 대란?
최대 사용 9000만㎾ 넘겼어도
화력 16기 분량 800만㎾ 남아
전력 공급 우려할 수준 아니다
정부가 계속되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계획예방정비를 미루는 등 전력 확보 총력전에 나서자,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논평ㆍ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전력 소비량이 역대 최고치를 연이틀 경신한 24일, 자유한국당은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력 부족한가
정부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이 계속 빗나가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24일 최대전력 수요가 9,247만㎾를 기록해 전날보다 200만㎾ 가까이 더 늘었다. 더욱이 이는 정부가 올해 여름 최고치로 예상한 8,830만㎾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7%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야당과 원전 찬성론자들은 전력수급 안전 수준인 10% 밑으로 떨어졌다며 불안한 단계라고 지적한다. 특히 어제오늘 같이 전력이 계속 늘어난다면 조만간 전력 부족 대비 준비 단계인 5%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전 관계자는 “최대 전력공급능력이 1억71만㎾로 24일에도 여유분이 800만㎾나 되며 이는 보통 석탄화력발전소 16기에 달하는 규모”라며 “안정적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 공급예비율 7, 8%은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정비 중인 발전소 추가, 수요감축요청(DR) 등 대책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한전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DR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대표적인 수요관리 정책이다.
또 최대전력 수요 예측 실패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하는 건 과장된 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폐쇄 결정이 난 월성 1호기의 설비용량은 67만7,000㎾다. 국내 전력공급량(9,927만㎾)의 0.68%에 그친다.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이 부족해졌다고 주장하기에는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가 전체 전력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향후에 원전의 전력생산량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예비전력 부족 우려는 탈원전 정책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2023년까지는 신한울 1ㆍ2호기와 신고리 4ㆍ5ㆍ6호기 등 신규 원전 5기가 더 늘어나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은 23.9%로 유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전환정책은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장기과제”라고 말했다.
탈원전 선언해놓고 원전 조기 재가동
‘폭염에 원전 5기를 서둘러 재가동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해당 원전인 한울 1ㆍ2ㆍ4호기, 한빛 1ㆍ3호기 모두 애초 예정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맞춰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울 4호기의 경우 지난 5월 18일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이달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원안위 관계자는 “전력 수급과 관계없이 안전성 확인 여부에 따라 재가동 승인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울 4호기는 격납건물 부식 등 82개 항목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받았다.
한빛ㆍ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기간(한빛 1호기 8월 13일→18일ㆍ한울 1호기 8월 15일→29일)이 늦춰진 것도 이번 폭염과 직접 관계가 없다. 한수원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급 피크기간(8월 둘째~셋째 주)에 대비해 회사 차원에서 이미 지난 4월 결정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도 당초 목표로 한 최대전력수요 피크기간 전에 원안위의 재가동 승인을 받겠다는 게 한수원 계획이다.
다만 지난 22일 한수원이 ‘한울 2호기ㆍ한빛 3호기를 전력피크 기간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오해가 불거졌다.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이러 저러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걸 설명하는 문장이, 원전 조기 재가동으로 해석이 되면서 탈원전 실패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계획예방정비는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정부가 원전에 구조를 요청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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