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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광화문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맥주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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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청년 구직자 등 30명
“최저임금보다 못해 가족이 운영”
“토익 공부 돈 많이 들어” 하소연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호프미팅’을 갖고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정책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서울 광화문 일대의 한 호프집을 찾았다. 정부부처 관계자들과의 만남인 줄 알았던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등과 모습을 드러내자 놀라워하며 박수로 맞이했다. 지나가던 직장인들도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문 대통령을 연신 사진에 담았다.
문 대통령은 “제가 지난 대선 때 퇴근길에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기로 했는데 요즘 최저임금, 노동시간, 또 자영업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그런 상황이어서 말씀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오로지 듣는 자리로 생각하고 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편하게 말씀해 달라”고 하자, 음식점주 이종환씨가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 달라. '아싸'로 (건배사를) 하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다같이 “아싸”를 외쳤다. 이날 미팅에는 취업준비생, 편의점주, 아파트 근로자, 경력단절 여성, 도시락업체 사장 등 1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체감하는 경제상황을 전하며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이종환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한다”며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못한 실적이어서 가족들끼리 (가게를) 하려 한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씨는 "주변에 많은 혁신기업이 있는데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으로 힘든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찬희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스스로 벌어 (취업준비를) 하는데 그게 힘이 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스펙, 자격증 따는 데 평균적으로 (비용이) 어느 정도 드나”, “주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모색하고 적극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호프미팅의 배경에 대해 “아무런 여과 없이 경제와 시장 상황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도 문 대통령의 현장 행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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