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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함께 과일 먹고 나면 바로바로 치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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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년 사이에 필자는 두 번이나 새로운 안경을 맞췄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음식도 아니고 맛도 없을 것 같은 안경을 열심히 씹어서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안경이 손상되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아지가 안경의 렌즈나 프레임을 삼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병원에는 이처럼 환자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물건이나 큰 뼈, 그리고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 등을 먹고 내원하는 경우가 빈번한 편이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제철 과일인 자두와 복숭아씨가 뱃속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반려동물의 이물질 섭취는 종류나 성분, 크기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1. 하루의 진료가 거의 끝나가는 오후 6시쯤 갑자기 병원으로 응급전화가 왔다. 평소 피부병 관리를 받고 있는 ‘피오(가명)’라는 강아지의 보호자다. 전화기 너머로 떨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피오가 갈비뼈를 급하게 삼키더니 목에 걸렸나 봐요. 침과 거품을 계속 흘리고, 구토를 하려 해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숨도 잘 못 쉬는 것 같아요.”
매우 위험한 응급상황이다. 갈비뼈가 식도 내에 걸린 게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라 보호자에게 빨리 피오를 데리고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피오는 다행히 병원에 늦지 않게 도착하여 내시경으로 이물제거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내원 당시 가로 4㎝ 세로 1.5㎝ 크기의 갈비뼈가 피오의 식도에 걸려 기도를 압박하고 있었다. 피오는 목이 졸린 것처럼 매우 괴로워하였고, 구토를 하려는 노력은 계속했으나 갈비뼈가 식도에 꽉 끼어서 입 쪽으로도 못 움직이고 위장 쪽으로도 못 내려가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었다(이 경우 시간이 더 지체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반려동물 내시경은 사람과는 달리 모든 경우 마취를 진행한 뒤 시술하게 된다. 갈비뼈의 각도가 좋지 않아 식도에 끼였다고 판단돼 먼저 갈비뼈의 위치를 바꿔 위장으로 내려보냈고, 이후 이물을 잡을 수 있는 내시경 전용 포셉(forceps·날이 서지 않은 가위 모양의 외과 수술 도구)을 이용해 다시 입 쪽으로 이물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이후 식도염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2. 1주일 정도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를 계속한다는 14세 령의 요크셔테리어 환자가 내원하였다. 문진 상 이물 섭취의 가능성은 없었고, 방사선 검사와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의 운동성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틀 정도 입원치료를 하였지만 증상 호전이 되지 않아 결국은 마취 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하였다(노령견의 보호자들은 마취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본 환자의 경우는 초음파 검사로는 위장과 십이지장 연결부의 상태 확인이 어려웠고, 종양이 의심되기도 하여 CT 검사를 시행한 경우이다).
그런데 CT 기계가 위장을 지나는 순간 직사각형 모양의 어두운 그림자가 확인되었다. 1주일 이상 환자를 괴롭히던 원인이 이물로 밝혀진 것이다. 곧바로 내시경 이물 제거 시술을 진행하였다. 내시경 시술을 통하여 제거된 이물은 화장할 때 사용하는 스펀지였는데, 스펀지가 물을 계속 흡수하여 위장 내에서 계속 정체된 채로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물 제거 이후 환자는 구토 횟수가 잦아들면서 식욕도 회복하여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위의 두 경우와 달리 내시경 시술이 아닌 장 절개술(개복 수술)을 통하여 치료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과일을 통째로 강아지에게 주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보호자가 과일을 바로 치우지 않으면 동물들이 몰래 씨까지 먹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씨 이물의 표면이 아주 날카롭거나 거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한참 경과해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자두와 복숭아씨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 편이며 만성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 식욕저하와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이 계속 보인다고 하면 영상검사를 받아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 호기심이 아닌 ‘이식증(pica)’으로 이물질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들이 음식이 아닌 것을 먹는 이식증은 주로 스트레스·지루함과 같은 행동학적인 문제나 외분비췌장기능부전* 등 소화 기능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또한 당뇨, 갑상선기능항진증, 부신피질기능항진증**과 같이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의 문제와 철결핍성 빈혈도 이식증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질병들은 동물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로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으니, 이식증을 자주 보이는 반려동물들은 무조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질병의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행동학적 교정을 해볼 수 있다. 분리불안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들은 허브나 심신 안정을 도와줄 수 있는 치료 보조제를 처방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산책을 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 산책로에 있는 이물이나 돌멩이 혹은 쓰레기를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실내에서는 씹으면서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많이 준비해 주는 것도 이물 섭취를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본인의 반려동물이 이물이나 상한 음식, 위험한 음식을 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물 중에는 별 증상 없이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종류에 따라 매우 위험해질 수 있는 것도 많이 있다. 대부분은 보호자의 관리 소홀이 문제가 되는 경우이므로, 본인의 반려동물 식습관을 잘 파악하여 입으로 넣을 수 있는 크기의 것들은 미리 반려동물이 접촉할 수 없게 치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이 먹고 난 뒤 남은 식재료들도 후각이 발달한 반려동물들이 먹을 수 있으니 곧바로 치워야 한다. 식욕부진,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도록 하고, 산책이나 장난감 사용 등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주면 이상행동인 이식증을 보이는 경우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외분비췌장기능부전(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췌장 내 소화효소의 합성이나 분비가 부족해 나타나는 질병
** 부신피질기능항진증(Hyperadrenocorticism: 부신피질에서 당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질병. 쿠싱증후군(CushIng Syndrome)이라고도 한다.
글ㆍ사진 김태호 수의사
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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