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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도 ‘대입 개편’ 답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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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수능 선발 45% 이상”
48.1% “전과목 절대평가” 등 팽팽
공론화 적절한지 타당성 의문 남겨
교육부, 최종안 이달 말까지 발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향이 일반 시민들의 논의에서도 끝내 정해지지 않았다. 4개월 동안 ‘교육부→국가교육회의→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3단계 하청을 거치고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공은 다시 교육당국으로 넘겨졌다. 여론에 기대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절차적 타당성 못지 않게 대입개편을 필두로 교육개혁을 추진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좀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3일 시민참여단 490명이 만든 최종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시민참여단이 절대 선호하는 안은 없었다. 수능 상대평가와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발 비중을 높이는(45% 이상) 1안이 가장 많은 52.5%(3.40점ㆍ5점 만점)의 지지를 받았고,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화하는 2안(48.1%ㆍ3.27점)이 뒤를 이었다. 공론화위는 이 정도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봤다. 한동섭 공론화위 대변인은 “개별 의제에 대한 독립적 평가에도 절대적 지지를 받은 안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신 시민참여단은 수능위주전형 비중을 지금보다 늘리라고 제안했다. 수능전형이 전체 선발 인원의 19.9%(2020학년도 기준)까지 쪼그라든 만큼 45%(1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수능의 중요성 증가는 정시모집 확대를 의미한다. 동시에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절대평가를 53.7%가 지지한 점을 들어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정시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되 절대평가는 향후 과제로 미뤄 두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이는 수능 절대평가를 전제로 고교학점제 등 학교교육 정상화 조치를 밀어 붙이려던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당분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6ㆍ13 교육감선거를 계기로 진보교육이 확실하게 뿌리 내린 시ㆍ도 교육현장의 혼란 역시 불가피하다.
사실상 결정을 유보한 시민참여단 조사 결과는 교육공론화의 적절성에도 많은 의문을 남겼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름”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특정안에 치우치지 않은 시민참여단의 선택에 의미를 부여했으나, 거꾸로 쟁점이 다양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공론화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문제는 절차의 공정성뿐 아니라 미래지향성도 중요한데 다수의 공감에 매달리다 교육이 추구하는 본래 가치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대입 개편안은 다시 역순 절차를 밟아 정해진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는 공론화위가 제출한 결과를 토대로 7일 교육부에 넘길 세부 개편 권고안을 마련한다. 이 단계에서도 수능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절대평가를 언제, 어떻게 적용할 지가 확정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이달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8월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수능 개편을 미룬 지 1년 만에 새 대입제도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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