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몰카 편파수사 규탄” 여성 수만명 광화문광장서 ‘붉은 물결’

입력
2018.08.04 19:48
수정
2018.08.04 19:57
구독

 

 주최측 추산 7만명 모인 가운데 4차 집회 

 경찰 800명 배치, 시위 촬영 철통 차단 

 민갑룡 경찰청장 현장 방문해 구호 청취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대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며 시작된 여성단체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들은 불법 몰카 촬영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평등하지 않은데다, 여성들이 여전한 일상 속 불안과 싸우고 있다며 편파수사 중단과 여성경찰 확대 충원,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기존 집회장소였던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 대신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대부분 붉은 옷을 착용한 여성들은 집회 1시간여 전부터 광장을 메우기 시작해 집회가 시작한 오후 4시쯤 행사장은 ‘붉은 물결’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또 외신과 외국인들에게 취지를 알리기 위해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등의 피켓도 보였다.

서울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ㆍ대전ㆍ광주ㆍ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모여 ‘불평등 타파’를 외쳤다. 주최측은 이날 7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인천 드론몰카 사건 수사 ▲불법카메라 강력규제 ▲경찰 여성-남성 채용 9대1 조정 ▲여성 경찰청장 임명 ▲’자칭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및 여성정책 확대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이날 주최측은 1∼3차 시위와 마찬가지로 구호를 선창하는 사람을 무제한으로 신청 받아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껏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허락했다. 다만 참가자 자유발언은 없었다. 폭염에 대비해 주최 측이 사전 공지한 대로 참가자들은 모자와 선글라스, 휴대용 미니 선풍기 등을 지참해 뙤약볕 아래에서도 자리를 지켰으며, 주최 측은 냉수를 나눠주고 의료진을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여성단체 집회를 촬영하던 남성이 경찰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김형준 기자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여성단체 집회를 촬영하던 남성이 경찰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김형준 기자

경찰은 광장 주변에 경력 10개 중대(8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를 돕고, 시위가 시작되자 행사장 일대 남성들의 통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하면 적극 제지하거나, 촬영된 사진을 삭제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참모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 종로경찰서장 등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만 남성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집회임을 감안해 참가자 쪽으로 접근하지는 않고 광장 건너편 인도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참가자 발언을 주의 깊게 들었고, 참가자들이 외치는 집회 구호에도 관심을 보였다.

행사가 끝난 오후 7시10분쯤 세종로공원부근 보행로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를 착용한 채 길을 걷던 20대 남성이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집회참가자와 부딪힌 일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의적으로 부딪혔다”는 여성들과 “부딪힌 건 미안하지만 쌍방과실 아니냐”는 남성의 주장이 엇갈렸다. 남성은 여성들의 요구로 얼굴을 공개하고 무릎을 꿇어 사과했으며, 경찰의 중재 끝에 훈방조치 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