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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급식’보다 못한 소방관들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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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밥심’이 필요한 소방관들이 부실한 식단으로 고생하고 있다. 서울시 일부 소방서 구내식당 이야기다. 대부분의 소방서 구내식당은 소속 소방관들에게 걷은 식대로 운영된다. 그러나 인건비 등 부대 비용이 많아 식단 품질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요즘 고등학교 급식보다 못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 9일 소방복지단체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최근 서울 A소방서 구내식당에 나온 실제 저녁 메뉴다. 떡볶이, 김치, 나물 등의 반찬과 국으로 구성됐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요즘 고등학교 급식보다 못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인창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단장은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소방서 말고도 서울시내 대다수 소방서 구내식당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은 몸으로 부딪히는 직업이라 영양 공급이 중요한데 이를 체계화할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재정 상태가 열악한 소방서의 경우 사진이 공개된 소방서보다 식단이 더 부실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소방관의 한 달 식대는 13만 원. 주5일 근무를 가정하면, 한 끼 식사값은 약 5,600원 정도다. 직장인의 하루 평균 점심값 6,100원(2017년 잡코리아 조사) 수준이지만 초과 근무가 많고, 출동이 잦은 소방관은 많게는 하루 세끼까지 소방서에서 해결해야 한다. 즉 5,600원으로 세 끼를 해결하는 셈이다. 한 현직 소방관은 “현장 출동이 많은 소방관은 아침, 점심, 저녁을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먹는다”며 “(하지만) 1달 13만원으로 좋은 식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거기에 인건비, 가스비 등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식단 품질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 단장은 “(구내식당 운영과 관련된) 시스템이 전무하다 보니 (운영이) 허술하다”며 “특히 소방관은 저녁 출근이 많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데 (주방 노동자들이) 퇴근해버리면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구내식당 운영 등에 보태라며 매달 관내 소방ㆍ파출소에 소방활동지원비 명목으로 114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는 열악한 식단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0일 “시에서 소방서 구내식당의 주방 노동자들을 직접 채용해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인건비 부담 등이 낮아지면 식단 품질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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