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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경수 증거인멸 우려” 명운 건 승부수

입력
2018.08.16 04:40
수정
2018.08.16 07: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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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지사 진술과 확보된 증거 달라 

 도지사 신분, 영장 발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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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서 선거법 위반 혐의는 제외 

 드루킹 진술 흔들렸을 가능성 

 영장 기각 대비 ‘2차 카드’ 분석도 

특검에 소환되는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댓글조작 주범 '드루킹' 김동원씨. 고영권기자
특검에 소환되는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댓글조작 주범 '드루킹' 김동원씨. 고영권기자

‘영장 청구’와 ‘불구속 수사’ 사이에서 고민하던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결국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특검의 명운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특검 수사의 핵심 대상자가 김 지사인 상황에서, 특검 스스로 불구속 수사를 택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내부 의견이 반영됐다. 특히 특검이 확보한 물증과 김 지사 진술이 여러 부분에서 일치하지 않아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봤다.

당초 특검은 김 지사가 현직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 청구 방침을 쉽사리 굳히지 못했다. 또 ▦김 지사가 두 차례 소환에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응했고 ▦구속시 경남 도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정치권 일각에서 특검 수사를 정치적이라고 보는 시각 등을 감안할 때 불구속 수사도 고려 대상이었다. 특히 허 특검 스스로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고자 최대한 보강 조사만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지사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킹크랩 시연회를 직접 맡았다는 ‘둘리’ 우모(32)씨의 일관된 진술이 이어지고 관련 물증들이 신빙성을 얻으면서, 특검 내부적으로 영장 청구 목소리가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9일 드루킹 김동원(49)씨와의 대질조사에서 적극 반박하고 해명했음에도 특검은 ▦우씨가 김 지사와 김씨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 직접 시연했다는 진술 ▦이 모습을 창문 밖에서 목격했다는 다수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증언에 좀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특검은 댓글조작 사건이 19대 대선 전후로 이뤄진 점 때문에 범죄의 중대성이 크다고 봤다. 또 2차례 소환조사에서 김 지사가 범죄혐의를 모두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특검이 제시한 유력한 증거 앞에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증거인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장 청구를 포기하면 특검 스스로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것이란 수사팀 의견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 수사진을 중심으로, 구속영장 기각 시 입을 타격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사건에서는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다만 특검이 김 지사의 집무실, 관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놓고 이번 영장 청구 사유에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해 여러 추측이 나오는 분위기다. 애초 특검은 김 지사가 2018년 초 무렵 드루킹 김씨에게 6ㆍ13 지방선거에서 본인 혹은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도와달라는 취지와 함께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고 봤다. 법조계에선 선거법 혐의 제외에 대해 지난 9일 김 지사와 김씨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김씨의 진술이 흔들렸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씨 진술을 위주로 혐의를 적용했지만 막상 대질해보니 김씨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번 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 보다 확실한 ‘2차 카드’로 남겨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공을 넘겨 받은 법원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는 점과, 킹크랩 시연회라는 결정적인 정황 근거가 실상 김씨 일당의 진술로 구성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장 발부를 낙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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