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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中 이어 러시아로 한 발짝 … 속타는 미국

입력
2018.08.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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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러시아제 잠수함 구입을 추진하자 필리핀의 전통 우방이던 미국과 러시아간에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구필스타 캡쳐
필리핀이 러시아제 잠수함 구입을 추진하자 필리핀의 전통 우방이던 미국과 러시아간에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구필스타 캡쳐

미국의 전통 우방이던 필리핀이 러시아제 잠수함 도입에 나서자 미국과 러시아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필리핀 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토벌작전 지원을 위해 러시아가 소총 5,000정과 탄약 100만발, 군용 트럭 20대 등을 필리핀에 원조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국이 무기거래까지 하게 되자 미국은 조급해하는 모양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중국의 확장으로 미국은 동남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 깊다.

19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러시아 측이 우리에게 킬로급 디젤 잠수함 2대를 팔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러시아제 잠수함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격과 구매 조건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 문제 조율을 위해 로렌자나 장관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ㆍ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16일 “그 같은 행동은 우리 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보다는 미국이 필리핀에 더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주필리핀 대사관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필리핀의 국방 협력 문제에 제3국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반격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격돌했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17일 SNS서 “필리핀의 따뜻한 우정과 관대함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양국은 영원한 친구, 동반자, 동맹이라는 정말 대단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필리핀 러시아 대사관은 트위터에서 “최근 러시아와 필리핀의 군사, 기술 협력을 방해하는 것은 2018 러시아 군사포럼에서 이뤄질 우리의 협상을 앞두고 벌이는 불공정 경쟁이자 위협”이라고 미국을 겨냥했다.

필리핀의 러시아제 잠수함 구매 일정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양국간 무기 거래는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찾은 걸 계기로 현지에서 별도 양자 회담을 가진 양국 정상은 두 나라의 방위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IS 토벌작전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와 함께 미국산 중고 무기 구매를 중단하고 러시아제 무기 구입 희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는 군사적인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준비가 됐다”고 화답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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