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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4층 비상구 근처 발화… 여직원 4명 뛰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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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약품 많고 외벽 패널도 화재 취약
발화지점 주변서 7명 시신 발견
연기 피하려 창문서 구조 기다리다
4명 투신해 2명 사망ㆍ2명 중경상
인천서 올해에만 대형화재 3건
21일 발생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전자부품 공장 화재는 화재 발생 후 신고 접수 4분만에 소방이 도착, 45분 만에 초기 진화가 이뤄지는 등 대응은 비교적 빨랐다. 하지만 공장 4층 비상구 쪽에서 불이 발생해 불이 급속도로 번졌고, 건물 내 유독 가스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삽시간에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이날 인명 피해는 화재가 발생한 4층에 집중됐다. 화재 발생 당시 공장에는 7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4층에는 23명이 있었으나 김애자(51ㆍ여), 이혜정(34ㆍ여)씨 등 사망자 9명이 모두 이 곳에 근무하던 중 변을 당했다.
특히 사망자 9명 중 7명이 4층 건물에서 연기에 질식되는 등 한꺼번에 숨졌고, 여성 2명은 공장 4층에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불이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실 입구 천장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추현만 인천 공단소방서장은 “화재 초기 4층 천장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며 “불길이 급속히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층에는 식당, 인쇄회로기판 완제품 검사실, 사무실 등이 위치하고 있는데,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이어서 한번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밖에 없는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층에서 일하던 근로자 20여명 중 일부는 불이 나자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상당수 근로자는 갑자기 퍼진 불길 때문에 대피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한 직원은 “식당 뒤에 포장재 박스, 랩 등이 쌓여있어 순식간에 불이 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평소에 대피 훈련을 좀 했으면 사람들이 판단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비상구 2곳이 발화 지점인 검사실쪽에 위치해 있어 피해자들이 비상구를 통해 탈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를 위해서는 검사실을 지나야 하지만 불길이 확산되자 검사실 반대쪽인 전산실과 식당으로 대피하다가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사망자 5명은 전산실, 2명은 식당에서 발견됐다. 4층에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 4명은 검사실에서 확산된 불길을 피하기 위해 건물 아래로 투신했으나 이중 2명이 숨졌다.
1985년 설립된 세일전자는 연성 인쇄회로기판(PCB)를 만드는 중견 수출기업으로, 제조 시 감광액이나 염화제2철용액 등 인화성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있어 사망자 다수가 유독성 연기에 질식했을 가능성도 높다. 불이 난 4층 중심부에 있는 검사장에는 이 공장에서 만든 전자회로 기판이 쌓여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일부 직원은 4층 창문 쪽에 머리를 내밀고 구조를 기다렸지만 계속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를 참지 못하고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1층 바닥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투신 근로자 4명 중 50대 여성 근로자 2명은 숨졌고 2명도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날 사고 소식에 세일전자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차단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변 공장 직원의 안타까운 목격담이 전해졌다.
아이디 bana****는 “우리 옆 블록 공장인데, 근처 소화전이 있긴 한데 그것도 리어카나 불법주차 때문에 끌어오지도 못해서 불길 못잡고 2시간째 끙끙대는 중”이라고 전했다.
세일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4ㆍ15 총선 직후, 찾은 첫 민생 행보지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창조경제형 기업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으나 2016년 5월 3일 최종 부도(11억6000여만 원)를 낸 뒤 현재 법정관리 상태다.
인천에서는 대형 화재가 올해 들어서만 3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남동공단 한 화장품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난 5월에는 인천항에 정착 중이던 피나마 국적 화물선 오토배너호에서 큰불이 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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