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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북미 교착 타개 전략… 선언문은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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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지에 관심을 기울여 온 미국 언론들은 19일 평양공동선언문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하면서도, 구체적 합의에서는 내용이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동창리 미사일 관련 시설의 영구 폐기 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합의 중 일부는 진전된 내용이지만, 선언문 내용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아주 모호하다”고 혹평한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의 아리랑TV 인터뷰를 인용 보도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올해도 핵무기를 계속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화는 쉽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또 “두 정상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약속했지만 비핵화를 진전시킬 만한 실질적인 것은 없었다”며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미국 정부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세계로 생중계된 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 앞에서 육성으로 이 같은 약속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양 정상이 공동선언문을 나란히 들고 선 사진과 함께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시설 리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또 영변 핵시설 폐쇄가 큰 양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북한 비핵화 절차에서 핵심이 아니며 미국 당국자들은 영변 이외의 비밀시설에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물질을 생산 중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거의 실시간으로 두 정상의 공동선언 소식을 전하면서 한반도 내 모든 전쟁 위협을 없애기로 한 사실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계획,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 계획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기대감을 갖게 하는 몇몇 내용들이 포함됐지만, 북 핵시설 리스트 제출 약속, 신뢰할 수 있는 단계별 시간표, 진전 상황 평가와 위반 사항 확인을 위한 국제 사찰단 입국 허용 등과 같은 워싱턴에 있는 많은 사람이 바라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과 관련, “북미 협상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한국과의 약속이 지속되도록 한 김 위원장의 대담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해 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 관계에도 새로운 희망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영국 BBC는 긴급 뉴스를 통해 공동선언문 소식을 전하면서 “남북이 새로운 미래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철도 연결, 이산가족 상봉 허용, 의료서비스 협력 등 앞으로 남북 간 전개될 각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전했다. 다만 비핵화에서는 모호한 합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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