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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평양공동선언 후 ‘역할 찾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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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발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을 적극 환영하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실제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선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악화로 대놓고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세 차례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사실상 북한을 지렛대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시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중국에 돌린데다 초강력 관세폭탄까지 꺼내 들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북한 카드’를 무역전쟁에서도 활용하려던 중국의 계산은 이미 틀어졌고, 이제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무엇보다 평양공동선언을 전후해 중국의 역할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 사찰을 수용했다”며 반겼다. 평양공동선언에는 중국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한국이 대신함으로써 중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을 향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된 지난 1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24조2,000억원)어치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게 단적인 예다. 미국이 무역 문제와 북핵 협상의 중국 배후론을 연계해왔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같은 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을 압박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입장에선 북중 밀착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시 주석의 방북을 강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 강화를 연일 주장하는 마당에 북중 경제협력 확대를 추진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뚜렷하다. 최근 시 주석이 남ㆍ북ㆍ미 3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언급한 건 이 같은 고민의 반영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옥경 허난(河南)사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은 당초 한반도 영향력 유지를 위해 종전 선언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미국이 반대하자 한 발짝 물러선 상황”이라며 “중국으로선 한국이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고 미국 견제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며 전략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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