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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평양 여정, 북미 중재 길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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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한반도 최고봉인 해발 2,750m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나란히 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 1년 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 모습은 이날 막을 내린 3차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북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의사 확인 등 구체적 비핵화 방안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 한반도 전쟁 위험 제거의 첫발을 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 성과는 풍성했다. 김 위원장의 유연한 대미ㆍ대남 메시지도 향후 협상 전망을 밝게 한 대목이다. 청와대는 ‘평양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평양공동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전환, 남북 합의 후속조치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미대화 중재자ㆍ촉진자로 나서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가을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달렸다.
2박3일 평양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6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아 회담 결과를 국민들에게 직접 발표하는 ‘대국민 보고’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며 “미국이 이와 같은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 해가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군사분야 합의와 관련,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남과 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 간에 위협적인 군사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군비 통제와 군축의 첫 단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남북 정상이 국회회담 조기 개최, 금강산 이산가족상설면회소 몰수조치 해제에도 구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평화 정착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는 이번 회담 최대 성과다. 남북이 최초로 지상ㆍ해상ㆍ공중에서 군사력 통제를 통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라는 협의 틀을 통해 군사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도 닦았다.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 후 교착 상태였던 북미 비핵화 협상도 이번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6ㆍ25전쟁 종전선언과 북한 주요 핵시설 영구 폐기 약속을 맞바꾼 뒤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 핵무기 해체 등으로 나아가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북한 불신, 국내 보수야당의 반대 여론 등 넘어야 할 고개도 많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협조도 얻어내야 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23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 전반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청와대는 회담 결과 국회 보고, 여야 설명, 남북 간 후속 실무회담 조기 개최 등으로 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오늘의 성과가 국민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평양 백화원영빈관 숙소를 출발, 순안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백두산 인근인 양강도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김 위원장 부부와 백두산에 함께 오른 뒤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마치고 남으로 돌아왔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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