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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월급은 예측가능한 종잣돈, 절반은 미래 위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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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용표 코칭&컴퍼니 대표
숭고한 월급날의 기쁨은 찰나다. 월급이란 존재는 대개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통장은 ‘텅장(텅텅 빈 통장)’이 되기 마련이다. 카드값 갚고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한데 월급으로 재테크까지 하는 게 가능할까. 우용표(43) 코칭&컴퍼니 대표는 “월급은 액수가 아닌 관리의 문제”라고 답한다. ‘월테크(월급+재테크)’ 전도사를 자임하는 우 대표는 지난 2000년 LG전자에 입사해 7년간 직장인 생활을 했다. 이후 공인중개사로 금융기관에서 부동산 투자 자문역으로 일하며 다양한 고객을 만났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10년 전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이란 책을 썼다. 헤픈 소비습관 고치기와 납입 보험료 관리, 똑똑한 전월세 계약법 등 월급관리의 기술을 담았다. 재테크 분야에서 월급을 주제로 한 서적으로는 처음이었다.
우 대표는 2006년 손에 500만원의 빚만 쥔 채 결혼했다. 그러나 매월 300만원 가량의 월급 관리와 재테크를 통해 지금은 시세 각 5억원이 넘는 아파트 4채와 상가 1채를 보유하고 있다. 우 대표는 29일 “거액의 자산가는 아니지만 10여년 만에 월급으로 이룬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2011년 코칭&컴퍼니란 재무 컨설팅 회사를 세우고 대중을 상대로 강의도 하고 있다.
-재테크 수단으로서 월급은 어떤 의미가 있나.
“월급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항상 부족하다. 아무리 많이 받아도 더 받고 싶은 게 월급이다. 그러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월급은 탕진의 수단이 될 수도, 미래를 위한 부의 종잣돈이 될 수도 있다. 30년간 근무한다고 했을 때 월급은 모두 360번 나온다. 특정한 날 얼마가 들어올지 사전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이 항상 예측하기 힘든 자영업자와 다르다. 수입이 많아도 유동적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규칙적인 이가 돈을 모으는 데는 유리하다. ‘예측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직장인만의 강점이다.”
-월급은 어떻게 받아 어떻게 써야 할까.
“생활비 지출부터 투자까지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 하나로 관리하는 사람이 많은데, 통장을 3개로 분할하는 게 좋다. (1)월급이 입금되는 통장 (2)생활비 등 소비를 위한 통장 (3)투자를 위한 재테크 통장이다. (2)번이 현재를 위한 비용이라면, (3)번은 미래를 위한 대비다. 월급날이 되면 기계적으로 (1)번에서 나머지 통장들로 정해진 금액을 송금하고, 각 통장의 범위 안에서 생활비를 쓰고 투자금을 굴려야 돈을 모을 수 있다. 통장 하나로 쓸 때와 금액 차이는 없을지 몰라도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효과가 있다. 월테크의 출발은 자신의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통제할 줄 아는 것이다.”
-월급 중 투자에 써야 할 적정 비율이 있다면.
“라면을 예로 들어보겠다. 포장지에 예시 조리법이 설명돼 있지만 취향에 따라 물이나 스프를 가감할 수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생활 여건에 따라 투자에 가용한 금액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면 월급의 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돈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과제를 두면 도움이 된다. 보통 3년 내 자신의 연봉 2배 모으기를 1차 목표로 하라고 주변 사람에게 조언하는 편이다. 물론 단순히 예ㆍ적금만으로는 어렵고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월급쟁이가 개선해야 할 소비습관은 뭔가.
“우선순위 없는 소비를 경계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으로 과소비가 손쉽게 조장되고 있다. 욜로(You Only Live Onceㆍ인생은 한 번 뿐) 트렌드가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일반적인 월급쟁이가 좋은 아파트를 사고 수입차를 몰면서 틈틈이 해외여행도 다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령 집이 중요하다면 집을 살 때까지 모든 가용 자금을 쏟아 붓고 그 다음에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매월 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가정이 많다.
“보험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보험 상품이 발달하면서 보장성 기능뿐 아니라 투자가 되면서 연금까지 지급하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보험의 기본 원리는 자신의 소중한 자산이나 신체를 미래 위험으로부터 보상받는 것이다. 보장성 기능만 갖춘 상품은 보험료가 부담스럽지 않다. 보험료는 월 소득의 8~10% 정도 범위에서 지출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보험으로 노후를 보장하려 하기 보단 전문 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게 수익률도 높다.”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직장인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이 저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 사는 것)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실거주 목적의 집이 필요하다면 매수를 권장할 만하다. 직장인의 강점은 지속적인 소득원이 있어 대출을 받아 원리금 상환을 계획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부동산을 사 두는 게 낫다. 집값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집 사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환이 끝날 때까지 직장만 다니면 해결되는 문제인 만큼 자신이 살 집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재테크를 한다면 직장인에게 추천할만한 수단은.
“한국 경제는 ‘고저장단’에 진입했다. 물가는 올라가고 금리는 낮아지는데 수명은 길어지고 직장 생활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재테크를 위한 목돈 만들기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3가지다. 투자 금액과 수익률, 투자기간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다. 3개가 모두 좋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걸 바꿀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월 100만원을 투자해 1억원을 모으려면 연 8% 수익률로 6년 5개월이 걸린다. 이직 등으로 월급이 오른다면 투자 금액을 올려 투자기간을 단축하거나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월급을 올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을 좌우하는 금융상품 선택이 관건이다. 은행 예금과 펀드, 주식 등 각 상품 별 기대수익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 결국 직장인은 펀드나 주식 등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매월 수입원이 있는 직장인에게는 적립식 펀드가 이상적이다.”
-빚이 있는 사람도 재테크를 해야 하나.
“모든 재테크의 순서는 부채를 갚고 나서 시작된다. 투자 수익은 불확정적이지만 대출금리는 확정적이다. 불확실함을 위해 확실함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투자 수익이 좋아도 대출금리를 따라가긴 쉽지 않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 등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직장인이 많이 갖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도 가급적 개설을 지양해야 한다. 한도만큼은 대출을 받은 셈이 되고, 대출보다 절차가 간편해 소비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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