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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고수] “한미 금리역전 오래 갈 듯... 달러화에도 눈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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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김성봉 삼성증권자산배분리서치 팀장
지난해 세계 증시는 유례없는 강세장이었다. 베트남 증시의 VN지수는 48%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25%, 코스피도 22%나 올랐다. 어느 시장에 투자했든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올해는 정반대다. 미중 무역전쟁과 금리인상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0월 말 기준 코스피는 연초 대비 18%나 하락했다. 9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던 미국 시장도 어느 새 연초 수준으로 물러났다.
그만큼 주식시장은 예측불허다. 기업 실적을 믿고 투자를 해도 주가는 언제 어떻게 움직일 지 알 수 없다. 결국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위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만난 김성봉(48) 삼성증권 자산배분리서치팀장은 1996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입사하자 마자 프라이빗뱅커(PB) 부문으로 배치됐다. 덕분에 외환위기 당시 자산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지 볼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는 PB에게 시장 동향을 전달하는 시황 담당자로 일했다. 시장이 어려울 때 투자자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2004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MBA) 과정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연구한 행동경제학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삼성증권 PB들이 투자자를 상담할 때 참고서 역할을 하는 자산배분전략 보고서를 작성, ‘PB들의 PB’로 불린다.
금융시장의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김 팀장의 몸에 밴 것이 바로 자산배분이다. 그는 투자 자산(주식ㆍ채권)은 물론 시장(한국, 선진국, 신흥국), 통화(원화, 달러화)까지 다변화 할 것을 주문했다. 김 팀장은 “시장이 위험할 때 내 자산을 지켜내는 게 바로 자산배분”이라며 “투자자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왜 자산을 나눠서 투자해야 하나.
“자산배분의 철학은 위험 관리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AC WorldㆍAll Country World) 지수는 고점대비 52% 하락했다. 이 경우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 수익을 내야 한다. 만약 이 투자자가 채권이나 실물자산 등에 분산투자 해 손실을 30%로 줄였다면 40% 수익만 내도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원금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먼저 지키는 게 중요한 이유다.”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나눠야 하나.
“무조건 주식에만, 무조건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주식에 60~70%를 투자한다면 나머지 30~40%는 채권에 넣어야 증시가 흔들렸을 때 채권이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해외 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너무 국내 시장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MSCI 지수 중 한국 시장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에는 성장성이 더 좋은 시장과 더 안정적인 시장 등이 포함돼있다. 이런 기회를 무시하고 국내에만 자산을 집중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유망한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는 더 좋지 않나.
“지난해에는 신흥시장 수익률이 40%대였던 반면 미국 시장은 20%대로 꼴찌였다. 올해는 미국이 가장 잘 나가는 시장이다. 해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시장이 어디일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0년대 초반에는 남유럽 국가들이 문제였고 2016년에는 유가 급락으로 신흥국이 어려웠다.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과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 더 힘들어졌다. 반면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본도 ‘아베 노믹스’의 영향으로 경기가 좋다. 시장을 분산하는 것은 어쩌다 한번 발생할 수 있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보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미중 무역전쟁을 가장 큰 위험요소(리스크)로 보고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둘 다 손실을 보는 ‘마이너스 섬’ 경쟁이 될 것이다. 우리도 피해를 보지만 상대방 피해가 더 크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 냉전 시기엔 전후 복구 과정에서 활발한 교역이 없이도 경제가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교역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세계 경제규모 1,2위가 싸우면 미국도 다칠 수 있다. 미 기준금리 인상도 과거와 다르게 봐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금리를 올리던 시기엔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충격을 줬다. 그러나 지금은 회의 때마다 미리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준다. 무서운 것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가 고착화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금리 역전 상태가 오래 갈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화로 젊은 사람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는 시장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해서 다시 한미 금리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일본이나 대만에서 나타난 일이다.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만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며 성장률이 정체됐다. 두 나라는 고령화도 우리나라보다 빨리 왔다. 이 때부터 일본 자산가들이 해외 투자를 시작했고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내 투자자도 달러화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인가.
“‘72의 법칙’이 있다. 72를 시장 금리로 나누면 원금을 두 배로 불리는 기간을 알 수 있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금리가 2%면 36년, 금리 3%면 24년이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구조적으로 오랜 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면 두 나라 사이의 금리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이를 이용한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데, 거기에 우리나라보다 금리까지 더 쳐준다고 하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외 자산 투자가 부담스러우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Korean Paper)도 투자할 만 하다. 금리가 더 높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 위험하다.”
-지난달 전 세계에서 한국 시장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코스피 미래는 어떻게 보나.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8년 10월 코스피가 900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그보다 19년 전인 1989년 코스피는 1,000을 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20년 만에 찾아온 투자 기회였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커져 계속 ‘투매’를 한 게 문제였다. 한국 시장의 바닥은 그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코스피가 2,000대인데 사실 코스피가 처음 2,000포인트를 기록한 게 2007년이다. 두 시점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비교하면 1.7배의 차이가 난다. 가장 큰 리스크인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된다면 시장은 진정될 것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에 머물렀을 때와 비교해본다면 1년 뒤엔 25% 가량 수익이 날 수도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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