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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고 또 뛴 불굴의 베트남, 아시안컵 기적의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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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요르단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이 열린 2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엔 경기 3시간 전부터 베트남 관중 수천 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할수록 불어난 베트남 관중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악마처럼 경기장 한 편에서 ‘붉은 물결’을 이루며 “베트남”을 외쳤다. 한국 취재진을 보며 한국어로 “박항서 최고”를 외치는 등 들뜬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베트남이 또 한 번 기적을 썼다. 박항서 감독 지도아래 뛰고 또 뛰는 투혼을 발휘한 베트남 붉은 전사들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동점골을 터뜨리는 집념의 승부를 펼쳤다. 연장을 통틀어 120분 이상을 뛴 선수들은 승부차기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요르단을 눌렸다. 경기 후 경기장 안팎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붉은 함성’으로 가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 베트남에게 요르단(109위)은 다소 버거운 상대였다. FIFA 랭킹에선 베트남이 근소하게 앞서지만, 요르단은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따져 16강 막차에 오른 베트남과 달리 우승후보 호주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B조 1위를 따낸 다크호스였다. 1만750명을 수용하는 알 막툼 스타디움엔 이날 8,761명의 관중이 들어찼는데, 70%가량이 요르단 응원단이라 사실상 원정에 가까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전체관중의 약 30%를 차지한 베트남 응원단은 밀리지 않았다. 금성홍기(金星紅旗ㆍ붉은 바탕에 금색 별이 박힌 베트남 국기)를 형상화한 티셔츠를 맞춰 입고 모인 이들은 120여분 간 지치지 않고 응원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처럼 경기장엔 대형 금성홍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전반 체격과 스피드를 앞세운 요르단의 빠른 공격전개에 고전했다. 전반 17분 요르단 유세프 알 라와슈데(29ㆍ알 파이살리)가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들어 왼발 슛으로 첫 득점을 노렸지만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람의 손에 걸렸다. 기세 오른 요르단은 전반 39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왼쪽 페널티 박스 경계 부근에서 양쪽 선수 접촉이 있었는데, 알리레자 파가니(41ㆍ이란) 주심은 페널티 박스 선상에서 간접프리킥을 선언해버렸다. 요르단은 라와슈데가 발을 갖다 댄 공을 바하 압델라만(32ㆍ알 파이살리)이 오른발로 감아 차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베트남이 회심의 반격을 시도했고, 후반 6분 만에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쫑 호안의 오른발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을 돌파한 꽁 푸엉이 발을 갖다 대 동점을 만들었다.
전후반 90분을 1-1 무승부로 마친 두 팀은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베트남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베트남은 1~3번 키커가 모두 성공했지만, 요르단은 2, 3번 키커가 실축하며 승부는 베트남 쪽으로 기울었다. 베트남 4번 키커가 실축한 뒤 요르단 4번 키커가 성공했지만, 베트남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부이티엔중(24ㆍ비에텔)이 호쾌하게 골망을 가르며 베트남의 아시안컵 8강 신화를 완성했다.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을 차례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두바이=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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