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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 후 귀국길…국내외 난제에 무거운 발걸음

입력
2019.04.23 11:40
수정
2019.04.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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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대화 교착 장기화에 여야는 ‘패스트트랙 블랙홀’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7박 8일 일정의 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 3개국 순방을 통해 신(新)북방정책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중앙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일궜다는 평가다. 하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국회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며 대치 정국이 심화하면서 귀국길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누르술탄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누르술탄=연합뉴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누르술탄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누르술탄=연합뉴스

문 대통령 오늘 늦게 서울공항 통해 귀국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랜 역사적 인연을 가진 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 3국과 함께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며 “순방의 성과가 우리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철의 실크로드’란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ㆍ도로로 연결해 물류의 혈맥을 잇겠다는 것으로, 남북한 협력 사업 구상 중 하나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오후 늦게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순방 전 제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북한은 지금껏 공개적 반응을 자제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며,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기에서 수하물을 옮기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기에서 수하물을 옮기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국내 정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개혁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처리에 합의하면서 여야 4당과 한국당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저지 총력전을 결의하면서, 20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경고하는 등 정국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당장 문 대통령이 출국 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 및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관련 법안 등 민생ㆍ경제 법안의 국회 통과를 기약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개최를 제안했던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을 4월 국회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을 4월 국회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연합뉴스

130억달러 사업 수주에도 가볍지만 않은 발걸음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얻어낸 가시적 성과가 적지 않다. 한국 기업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안정적 통로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등 경제협력 강화에 힘을 쏟은 덕이다. 특히 총 130억 달러에 달하는 24개 프로젝트의 수주를 지원하는 등 이들 국가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다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우즈베키스탄은 120억 달러, 카자흐스탄은 32억 달러 등 상당한 규모의 협력사업을 한국 측에 제안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투르크메니스탄은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은 에너지, 석유, 의료는 물론 무인기를 포함한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한국과의 대규모 신규협력 프로그램인 '프레시 윈드'를 통해 인프라, 에너지, 농업,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추진을 제안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순방성과 관련 브리핑에서 “3개국 정상 모두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싶다고 하면서 한국식 시스템 전수를 강력 희망했고, 이는 신북방정책을 추동 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누르술탄=청와대 제공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누르술탄=청와대 제공

중앙아시아 3개국 정상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확보한 것도 성과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의회(하원)에서 연설에 나서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조약’ 등을 설명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간 경제협력을 축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카자흐스탄 방문에서는 카자흐스탄을 자발적 핵 포기 국가로 이끈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과거 비핵화 경험을 공유했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며 “우리는 모든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누르술탄(카자흐스탄)=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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