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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중 기술패권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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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전 무역전쟁 승자는 미국으로 예정
진정한 게임인 기술패권 승자는 미지수
중요한 것은 기술과 혁신에 달려 있다
5,000억달러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미국에 맞서 중국도 맞보복을 공언하고 있어 양국은 관세보복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 강대국이 정말로 벌이고 있는 전쟁은 첨단 기술력 확보를 둘러싼 패권게임이다. “기술혁신에서의 성패가 곧 국가경제 발전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설파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론은 너무나 유명하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신항로 개척기술을 통해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제조업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 대량생산 기술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혁신으로 2차와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끈 미국이 패권국가가 된 것은 당연했다. 인간의 활동을 통합된 사물인터넷으로 대체시켜 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은 또 다른 패권을 탄생시킬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관세보복 철회를 미끼로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의 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이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확대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는 것을 대가로 기술전쟁으로의 확전을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중국의 첨단기업인 중싱통신(ZTE)과 화웨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준비해 왔다. 가격 경쟁력과 중국정부 후원을 무기로 이미 아프리카 통신 기반시설의 대부분을 건설했다. 중국의 첨단 감시체제 기업인 하이크비전은 안면인식 체계, 폐쇄회로(CCTV) 카메라 등을 통해 자국민을 빅브라더처럼 감시하는 차원을 넘어 에콰도르, 짐바브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기업으로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한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해 이들 중국기업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동맹국들을 향해서까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들을 5G 통신망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첨단기술산업을 직접 겨냥해 무차별 공세를 펼치는 전초전이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이다.
전초전에서의 승자는 미국으로 예정돼 있다. 무역보복 능력(수입액수)에서 미국에 4분의 1밖에 안 되는 중국이 견딜 수 없다. 빠르면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늦으면 금년 말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미중 교역의 불균형은 개선될 것이고,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체제도 강화될 것이다. 중국정부의 환율 관리체제의 투명성도 제고될 것이고, 중국의 서비스시장 추가개방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래도 진정한 게임인 기술패권 전쟁의 승자는 예정돼 있지 않다. 중세의 성벽축조기술이 화약기술 개발로 허무하게 사라졌듯이, 트럼프의 화려한 관세장벽 구사 기술은 곧 차세대 기술로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 누가 패권국가로서의 면모를 세계인의 마음속에 심어 가느냐도 중요하다. 1979년은 미국이 중국을 살린 해다. 미중 국교정상화로 인해 중국경제가 입은 막대한 혜택이 시작된 해이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난 2019년은 반대로 중국이 미국을 살린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무역 혜택을 자국에 나누어 줄 것을 강요 또는 구걸하다시피 하는 미국의 모습과, 이러한 요구를 대폭 수용해 의연히 협상을 타결하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리하는 중국의 모습이 교차하게 된다.
미국은 치킨게임에는 이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위상 추락을 겪게 되고, 미국에 시혜를 베푸는 새로운 패권국가로서의 중국의 이미지는 부각된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과정에서 그간의 무역에서 발생한 과도한 성과를 돌려주면서 시간을 벌고, 4년 주기 미 선거판 정치의 약점을 활용해 생존의 묘수를 배워 가고 있는 역사적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 첨단기술 부문을 압박하면 할수록 일부 한국기업은 반사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고대 패권국가인 스파르타가 신흥국인 아테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변방국가에 불과했던 마케도니아가 반사이익을 누려 황금시대를 연 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고 혁신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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