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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때 새 계산법 갖고 와라” 北, 미사일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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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지금 왜 미사일 쐈나… 美 민감한 전략무기로 ‘최대 도박’
북한이 2일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북미 실무협상 일정을 공개한 지 13시간 만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쐈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측이 실무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도록 압박하는 카드로 북한이 SLBM을 발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5일 열리는 실무협상 전에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최대 카드를 쓰는 도박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줄곧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추켜세우며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이번엔 탄도미사일보다 전략무기인 SLBM 발사로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깨져도 미국의 군사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카드가 충분히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신형 잠수함 개발을 공개하고 SLBM을 발사한 건, 판을 깰 수 ICBM 발사라는 ‘레드라인’ 직전까지 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사도 용인할지 북한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상 일정을 공개한 직후 SLBM 추정 발사체를 쏜 건 협상에 앞서 체제안정 보장 수위를 높여달라는 대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협상 전에 전략무기 발사까지 미국이 용인할지 미국의 태도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관철하고, 그 수준을 SLBM 보유까지 올리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임된 존 볼턴 전 국가안전보좌관이 주장하던 핵을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프레임을 깨고, 핵폐기 후 자위권 보장 차원에서 SLBM까지는 용인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군비 경쟁이 붙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활용한 기획된 도발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ICBM 미니트맨3를 시험발사했고, 중국은 전날 건국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진행한 열병식에서 중국의 차세대 ICBM ‘둥펑’(東風ㆍDF)-41을 과시했다. 우리 군 역시 전날 국군의 날을 맞아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 무기들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만 무장해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담아 전략무기인 SLBM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17년 8월 관영매체를 통해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던 북극성-3형을 실전배치하기 위한 시험 발사라는 시각이나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북한의 핵 고도화와 미사일 도발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별개라고 주장하면서 대화를 하겠다는 화두를 던진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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