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반상스토리]바둑 대중화의 ‘묘수’되나…각 지역 기전 활성화 UP

입력
2019.10.05 04:42

<81>안동시서 열린 ’제3회 참저축은행배 프로아마오픈’…일반인 관심 고조

방문객들 몰리면서 기전 유치한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연말 경기 화성시서 열릴 ‘제1회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도 주목

제주도 및 전남도 등에선 바둑 관련 조례안 마련하면서 바둑 대중화 분위기 조성

지난달 7일 경남 안동시 운흥동에 위치한 안동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프로·아마오픈전’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대국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달 7일 경남 안동시 운흥동에 위치한 안동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프로·아마오픈전’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대국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스포츠의 생명력은 팬들에게서 나온다. 내적으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데다, 외적으론 대중적인 흥행몰이까지 가능한 동기부여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야구나 축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의 공통 분모가 팬 중심의 ‘저변 확대’로 모아진 이유다. 스포츠로 자리한 바둑 또한 맥락은 동일하다. 하지만 타 종목에 비해 부족한 대중성은 부인하기 힘든 국내 바둑계의 현주소다. 이 가운데 최근 각 지역에서 규모를 격상시켜 열린 기전과 관련 행사 소식 등은 바둑 대중화의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프로·아마오픈전’ (우승상금 3,000만원)이 대표적이다. 전기 대회에 비해 총 규모를 3배 가량 증가시켜 5억원까지 늘린 이 대회는 특히 올해부터 세계바둑페스티벌로 확대, 이전과 달리 모든 프로기사들에게 개방하면서 종합기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참저축은행배의 경우 1회때는 아마추어만, 2회때는 프로랭킹 51위 이하의 기사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면서 제한기전으로 치러졌다. 총 171명의 프로와 124명의 아마추어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11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쥔 홍성지(32) 9단이나 여자기사로 국내 첫 종합기전 4강 진출까지 일궈낸 최정(23) 9단 등 예상치 못했던 이변(?)으로 이목 끌기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또 다른 수확은 보이지 않게 덤으로 따라온 무형적인 효과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국내 상위 프로랭커들의 현장 대국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상당히 좋았다는 이야기를 이번 대회 관람객들로부터 많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종합기전을 지방에서 많이 개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바둑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그 동안 주로 서울에 집중됐던 기전의 지방 유치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방 기전 개최가 해당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지방에서 기전을 유치할 경우엔 방문객들을 포함해 많은 인원이 대회가 열리는 지역을 찾는다”며 “이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해당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연말로 예정된 ‘제1회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대회 역시 서울이 아닌 ‘바둑 메카’를 자임하고 나선 경기 화성시에서 개막될 계획이다. 화성시에서 후원 중인 ‘화성시코리요’는 현재 진행 중인 ‘KB국민은행바둑리그’(총 상금 37억원 규모)에 출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이었던 대통령배는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12월로 연기됐다. 개막 일정은 미뤄졌지만 ‘대통령배’란 타이틀과 함께 치러질 기전인 만큼, 이 대회에 대한 바둑계 안팎의 관심은 상당하다. 그 동안 국무총리배 대회는 꾸준하게 열렸지만 대통령배로 기획된 기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둑 애기가로 유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4단의 기력으로, 스스로 “작은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고 밝힐 만큼 반상(盤上)에 대한 조예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대통령배와 같은 큰 기전을 서울이 아닌 화성시에서 개막한다는 건 내포하는 의미가 분명하다”며 “바둑에 대한 관심을 각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둑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활발한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박호형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은 지난달 10일 ‘제주특별자치도 바둑 진흥 및 지원 조례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을 비롯해 총 16명이 공동 발의한 이 제정안엔 △바둑 전용 경기장 조성과 국제 교류 △제주도민의 바둑 교육기회 확대 △바둑 진흥 및 바둑 문화 기반 조성에 기여한 공로자 포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선 지난 5월엔 조옥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도의원이 ‘전라남도 바둑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바둑진흥법’ 시행령 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법정기념일인 ‘바둑의 날’(11월5일)에 바둑경기 및 바둑 관련 학술행사 등을 하거나 그런 행사 등을 하는 바둑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기원 소속의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현재 침체돼 있는 국내 바둑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지름길은 결국 ‘바둑의 대중화’에서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지역 기반의 기전 활성화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