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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내 재산’에 민감했다… 당락 가른 ‘부동산 계급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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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격전지 동별 득표 분석]
배현진, 헬리오시티 2만여명 표심 잡아… 고민정은 대학가·원룸촌 표심 뒷받침
‘부동산 계급 투표’는 4ㆍ15 총선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본보가 격전이 벌어진 선거구의 행정동(洞)별 개표 결과를 21일 분석한 결과, 공시 가격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즉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표심이 또렷하게 확인됐다. 종부세 아파트의 표심이 국회의원 당선자를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 한 선거구 안에서도 고가의 주택이 밀집한 동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우세했고, 서민층과 젊은 유권자가 많은 원룸촌, 빌라촌, 대학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힘이 실렸다. 집값의 양극화가 표심의 양극화로 이어진 것이다.
◇ 종부세 대상 아파트의 뜨거운 통합당 지지
2018년 이후 입주를 시작한 서울의 신축 고가 아파트의 표심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합당 지지 성향이 확연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이수진 민주당 당선자는 나경원 통합당 후보에 8,381표차로 승리했다. 7개 동 중 5곳에서 이 당선자가 크게 이겼지만, 흑석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흑석동은 예외였다. 흑석동에선 나 후보가 1,344표차로 앞섰다.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과 롯데캐슬에듀포레(545가구) 등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이 지역의 집값은 115㎡형(34평형)이 18억원을 웃돈다.
집값과 세금에 민감한 서울 강남 지역에서 ‘아파트 계급 투표’는 말 그대로 위력적이었다. 30억~50억원대에 달해 종부세 부담이 큰 압구정 현대아파트ㆍ한양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갑에서 태구민 통합당 당선자는 6만324표를 얻어 김성곤 민주당 후보(4만935표)에 압승을 거뒀다. 압구정동에서만 8,519표차가 났다. 청담동 표차도 4,954표에 달했다. 태 당선자는 1호 공약으로 종부세법 개정을 내세워 종부세 반대 표심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빌라촌이 형성된 논현1동과 역삼1동 등에선 김 후보가 다소 앞섰지만, ‘가진 자 표심’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서울 송파을에서 배현진 통합당 당선자와 현역의원인 최재성 민주당 후보의 당락을 가른 것도 종부세 표심이었다. ‘9,510세대(약 2만여명)’라는 거대 인구가 유입된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대부분 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배 당선자는 선거운동 내내 종부세를 주요 이슈로 내걸었다. 최 후보도 정부ㆍ여당의 방향과 달리 종부세 감면을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드라이브에 대한 심판 민심을 꺾을 순 없었다.
◇ ‘부동산 욕망’ 누른 대학가 표심의 위력
민주당 박재호 당선자와 이언주 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부산 남을에서는 ‘아파트 표심’과 ‘대학가 표심’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이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아파트 표밭 닦기에 공을 들였다.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중산층 동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해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전략이었다. 호가 10억~23억원 상당 주상복합 아파트와 7000여세대 이상 중산층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용호1동에서 이 후보자가 얻은 표는 12,034표. 박 당선자에 비해 2,000여표나 더 많았다.
그러나 대학가와 원룸촌이 밀집한 대연3동 투표함이 열리면서 승부가 뒤집어졌다. 박 당선자는 경성대, 부경대 등 2개의 큰 대학 캠퍼스를 끼고 있는 대연3동에서 8,863표를 얻어 이 후보자(7,825표)를 따돌렸고, 관외 사전투표에서도 앞서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연3동이 지난 3월 국회의 선거구 획정 때 남을에 뒤늦게 편입한 덕에 박 당선자가 기사회생한 것이다.
서울 광진을에서도 부동산 표심이 선명했다. 일부 가구가 종부세 납부 대상인 더샵스타시티 등 고급 아파트, 호가 10억원대 이상 한강변 아파트가 즐비한 구의3동과 자양3동에선 오세훈 통합당 후보가 고민정 민주당 당선자에 3,300표 앞섰다. 하지만 건국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가와 주변 원룸촌, 빌라촌(구의1동, 자양1동, 화양동)의 젊은 표심이 탄탄하게 뒷받침한 덕에 고 당선자가 최종 2,746표 차이로 승리했다.
◇ 정부 부동산 정책 심판 열기는 없었다
3기 신도시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고양정은 ‘부동산 정책 심판 선거구’로 꼽혔다. 김현아 통합당 후보가 “3기 신도시 철폐”를 강조했지만, 별로 득을 보지 못했다. 8개 행정동 전체에서 이용우 민주당 당선자가 앞섰고, 1만3,700여표 차이로 낙승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부동산 계급 투표’ 성향이 도드라지지 않았던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유권자들이 전반적 부동산 정책 심판보다는 ‘내 집’ ‘내 재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민심 이반에 시달렸던 것과 대비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에 따른 계층 투표 성향이 지역주의와 이념 균열을 대체하며 본격화하는 양상"이라며 "종부세 범위가 넓어질수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응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종부세는 우리나라 국민의 1% 수준인 50만명에만 해당되는 세금”이라며 “극소수에 호소하는 부동산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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